MBC 뉴스가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5년간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았던 암흑기를 떨쳐내고 신뢰받는 뉴스로 거듭나겠다는 것. MBC가 주춤하는 동안 많은 시청자들은 타 방송사의 뉴스를 선택했다. 과연 MBC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보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MBC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 앵커 기자간담회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박성호, 손정은, 김수진,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참석했다.
재단장하고 돌아온 ‘뉴스데스크’ 평일 앵커는 박성호, 손정은이 주말 앵커는 김수진이 맡게 됐다. ‘뉴스투데이’는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진행한다.
박성호 앵커는 1995년 입사 후 보도국에서 정치부, 기획취재부 차장, ‘뉴스투데이’ 앵커 등을 거쳤으며, 2012년 파업 당시 해고된 후 5년 6개월 만에 복직했다. 손정은 앵커는 2006년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주말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앵커를 지냈으나 2012년 파업 이후 비제작부서로 발령 받아 5년 여간 방송에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지난 9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는 경영진 퇴진 및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이 해임된 후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일터에 복귀했으며 지난 7일에는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PD)가 신임사장으로 선임됐다.
최승호 사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에게 책임을 묻고 배현진 앵커에 대해서는 새로운 앵커 체제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MBC의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가 잠시 타이틀을 내리고 재정비에 돌입했다. 현재 ‘MBC 뉴스’로 방송되고 있으며 오는 26일부터 새로워진 ‘뉴스데스크’로 다시 방송될 예정이다.
박성호 앵커는 재단장한 ‘뉴스데스크’의 기본방향으로 “백화점식 보도를 지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구현할 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1분 30초씩의 단발성 리포트를 20여개 늘어놓는 방식은 분명 아니고 선택과 집중으로 가야된다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어떤 이슈에 집중해서 분석과 설명을 강화하고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때 가감 없이 보도하자는 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으로 많이 바뀌기보다는 뉴스의 중심인 내용 변화에 초점을 둔다는 것. 박성호 앵커는 “갑작스런 큰 변화는 없을 거다. JTBC ‘뉴스룸’이 지금의 체제로 개편되는데 4개월 정도 걸렸다”며 “저희는 5년 이상 보도 일손을 놨던 사람들이 파업하다가 이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변한다는 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일치된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 변화의 예로 “최근의 뉴스에서 관찰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농성 중인 노동자를 다룬다든지, 방송사들 파업 이슈를 다룬다든지, 독립제작사들에 대한 방송사의 갑질 문제를 보도한다든지, 이런 타 방송에서 잘 다루지 않는 의제를 우리가 다루는 것에서 실천해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파업에 참여한 기자, 아나운서, 앵커들이 보도국에서 밀려나면서 MBC 뉴스는 암흑기를 걷기 시작했다. 박성호 앵커는 가장 안타까웠던 점으로 “MBC 뉴스 안 봐도 다른 뉴스 보면 된다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동안 MBC가 정상화되면 어떤 뉴스를 하고 싶은지 많이 이야기했고, 그것을 시민 여러분들께서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다. 그 말의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가장 의식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주말 ‘뉴스데스크’를 단독 진행하게 된 김수진 앵커는 2001년 MBC에 보도국 기자로 입사했으며, ‘뉴스데스크’ ‘뉴스24’ 앵커를 거쳤다. 지난 2012년 ‘뉴스24’ 앵커직을 내려놓고 파업에 참여한 이후 취재현장에서 배제됐다가 이번에 보도국으로 복귀했다.
그는 “5년간 MBC 뉴스를 보면서 안타까운 순간이 많이 있었다”며 “타사 뉴스들이 저희보다 시청률 면에서 한참 앞서있다. 취재기자일 때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데 앵커가 되니까 신경 쓰이더라. JTBC가 8%정도 나오고 SBS도 7%정도로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 것에 신경 쓰면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본격적으로 ‘뉴스데스크’가 재개되지는 않았지만, 경영진이 바뀐 후 MBC 뉴스에 대한 희망적인 반응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김수진 앵커는 “‘예전 MBC같으면 12월에 촛불이 아니라 태극기집회를 4~5 꼭지를 했을 텐데, 촛불로 인해 대선일이 바뀌었다는 리포트가 나간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꾸준히 충실한 취재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뉴스를 계속한다면 언젠가 시청자분들도 MBC뉴스가 다른 뉴스와 다르다고 인정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의 박경추, 임현주 앵커 역시 새롭게 시작하는 MBC 뉴스에 각오를 나타냈다. 박경추 앵커는 “MBC가 정상적인 걸음을 뗄 수 있는 것은 저희의 노력도 있었지만 외부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에 이렇게 된 거다. 그분들이 저희에게 쏟아주신 정성과 지지해주신 힘에 대해 실망을 드리지 않으려면 굉장히 잘해야 된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한편 MBC ‘뉴스데스크’는 매일 오후 7시 55분, ‘뉴스투데이’는 평일 오전 6시, 토요일 오전 7시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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