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태극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자유통일 정신계승 및 평양올림픽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었다. “남북단일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주사파 청와대 왠말이냐’는 가사의 노래들을 스피커로 크게 틀고 있었다. 경찰 측과 집회 측이 1,500명으로 추산한 DDP 앞 집회 곳곳엔 영어로 적힌 팻말들이 보였다. “We are against Pyeongyang Olympics!”(평양올림픽 거부한다). DDP를 지나던 외국인들은 하나 같이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집회의 내용을 알고 나서는 “평창올림픽을 갖고 싸우는 것이 안타깝다”, “국제올림픽 가지고 싸우기도 하느냐”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클라우디오(27)씨는 “평양올림픽이 뭐냐”고 물었다. 또 “태극기와 성조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고 한미동맹을 위한 집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반대를 하는 집회라는 설명을 듣자 클라우디오씨는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쉽지만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북한 참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반면 라트비아에서 온 마르틴(30)씨와 엘리나(28)씨는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자축할 일인데 정치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한국사람들이 더 즐겨줬으면 좋겠다”며 “우정과 평화를 말하는 올림픽에서 폭력과 전쟁을 말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에 다녀왔었는데 그곳의 평화로운 축제 분위기와는 대조된다”고 전했다.
집회 주최 측은 “경찰과 마찰을 빚지 않도록 하자”며 과격시위를 저지시키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현장에선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집회가 한창인 2시 30분 경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현장을 바로 옆에서 취재한 미국 인터넷언론사 버즈피드의 라이언 브로드릭(28) 기자는 “남북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미국이 북한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한 방송사 기자는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건 맞지만 좀 과격하긴 하다”며 “일본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집회 주최 측은 오후 4시 15분 경 한반도기를 불태우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4시 30분부터 종로4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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