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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與民偕樂<여민해락>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다음에" 외치며 현재 참으면

더불어 맞이할 미래는 없어

명절 즐기지 못하는 이웃과

즐거움 함께 나누는 지혜를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명절이 되면 긴 휴일이 찾아오므로 보통 즐겁다. 만나는 사람마다 가볍게 웃음을 보내고 평소 힘겹게 느껴지던 일도 콧노래를 곁들이며 할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명절의 흥겨운 풍경이다. 하지만 명절이 되면 평소 묻혀 있어 눈에 들어오지 않던 문제가 크게 드러나기도 한다. 예컨대 연휴에 쉬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취직을 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 등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평소에 쉬지 못하더라도 “다음에 쉬면 되지. 꼭 이때만 쉬란 법이 있어”라고 웃어넘길 수가 있다. 회사와 개인의 사정에 따라 이번에 쉬지 못하지만 다음에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 쉬고 고향을 찾지 못하면 자신의 처지가 평소보다 훨씬 더 쓸쓸해 보인다. 하던 일을 놓지 못하고 출근하거나 TV 화면에서 손잡고 고향 가는 기차를 타는 사람을 보면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이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평소라면 “이번에는 떨어졌지만 다음에는 되겠지!”라며 결의를 다질 수가 있다. 삶을 길게 바라보면 이번이 꼭 마지막도 아니고 최선의 기회가 아니라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 독서실과 도서관에 발길을 하다 고향 가느라 기분이 좋은 사람을 보면 자신의 신세가 평소보다 훨씬 더 처량해 보인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주위에 취직한 친구가 있는데 왜 자신만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크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절이 되면 유독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되고 그 비교로 상처를 더욱 심하게 받는다. 이 때문에 명절에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혼했느냐’ 아니면 ‘언제 하느냐’처럼 의도와 달리 비교로 비칠 수 있는 질문은 삼가는 것이 좋다. 걱정한다고 한마디를 던졌다가 괜히 불필요한 참견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자는 책의 서두에서 홀로 즐거운 독락(獨樂)과 함께 즐거운 여민해락(與民偕樂)의 차이를 대비하고 후자의 세상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맹자가 살던 시대는 강자가 힘으로 약자를 못살게 구는 폭력의 시대였다. 약자가 살아남으려니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을 쓰지 않고 미래에 있을 침략에 대비해야 했다. 양나라 혜왕은 바로 이러한 논리에 충실하게 국정을 운영했다. 세금을 많이 거둬 곳간에 군량미를 비축하고 왕실 정원을 만들어 개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이렇게 왕실의 재정이 넘치자 혜왕은 사치와 향락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맹자는 혜왕에게 삶의 위기에 빠진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들판에는 전쟁으로 죽은 시신이 넘쳐나고 거리에는 굶주린 백성들의 신음이 높지만 정부는 미래의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며 곳간을 열어 사람을 구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서 맹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래를 위해 현재 참는다고 하지만 현재의 백성이 다 사라지고 나면 누구와 더불어 미래를 맞을 것인가’라고 말이다. 이 질문은 평소에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우는 죽비소리와 같다.

이 소리를 듣는다면 미래를 위한 준비와 현재를 위한 구제의 균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현재의 고통을 참으려고 하고 미래의 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왕은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외톨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맹자는 위정자가 홀로 즐거움을 누리지 말고 일반 백성과 함께 누린다면 현재와 미래의 안정을 함께 꾀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맹자의 제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맹자는 여민해락의 주어로 위정자를 상정했다. 정치인만이 아니라 기업인과 일반 시민도 여민해락의 주어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명절이 되면 큰 슬픔을 느끼는 주위의 이웃과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면 세상에 넘치는 슬픔의 무게를 좀 줄일 수 있다. 슬픔이 줄어드는 만큼 세상에는 웃음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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