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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무역전쟁] 中·EU·加 "보복 관세" 역공…강대강 치닫는 통상전쟁

美 스스로 만든 WTO체제 흔들어

우방 일본 등도 반발 맞대응 선언

심판·중재자도 없는 무법 통상전쟁

살아나던 글로벌 경제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본격적인 통상전쟁의 방아쇠를 당김에 따라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간신히 유지돼온 세계 무역질서가 일대 격변을 맞게 됐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과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도 인내심을 발휘해온 중국·캐나다·멕시코는 물론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즉각 반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전 세계가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이번 제재는 2차대전 후 스스로 구축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흔들고 주요 무역 상대국과 상호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EU 등이 미국 농산물 등에 대한 수입규제를 넘어 미 국채 매각 카드까지 뽑아들 경우 어렵게 안정을 찾던 세계 경제는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 철강·알루미늄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놓고 전날 알려진 대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추가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다음주 행정명령을 발동할 계획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등에 대한 추가 관세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이번 관세 부과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CEO들에게 “예외를 두면 빠진 다른 나라들이 반발해 골치 아파진다”며 전면적인 제재에 무게를 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전후방 산업의 파급 효과가 크고 고용에 많은 영향을 주는 철강에 미국이 관세 폭탄을 날리자 주요 철강 수출국들은 일제히 강력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미국이 사실상 자국을 겨냥해 강도 높은 보복관세를 예고하자 “미국이 WTO 규정을 무시하고 관세를 매기면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밝혀 대응조치의 명분을 축적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이 11위에 머물지만 세계 최대 철강 생산능력을 보유해 곳곳에서 수출이 차질을 빚으며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사와 제재 조치도 추가로 시사하고 있어 중국이 이번에는 강 대 강으로 맞서며 트럼프 정부에 경고장을 날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미국이 민감한 콩·옥수수 등 농산물에 반덤핑관세 카드를 이미 상정하고 있다.

철강을 기간산업으로 중시해온 EU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면서 그에 비례하는 대응을 하겠다”며 대미 무역 보복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EU 탈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영국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미국이 철강 관세를 부과하면 정면충돌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의 최대 우방이면서 대미 철강 수출 1위인 캐나다 또한 보복조처를 경고하고 나섰다.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의 무역 이익과 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며 “어떤 무역규제도 수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와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일본은 선별적 관세 부과를 기대했다가 자국도 포함되는 일괄제재 방침이 알려지자 당혹스런 모습을 보이며 대응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각국이 물고 물리는 관세 부과 등 보복조치에 나서면 2차대전 후 미국이 주도해 가트(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징검다리로 구축한 WTO 체제는 70여년 만에 해체 위기에 직면하고 국제 무역질서는 일대 혼란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WTO 결성을 이끈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분쟁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WTO를 통한 구제에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그 효력마저 불분명해 WTO 무용론이 고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심판도, 중재자도 없는 국제무역의 무법 시대가 열리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무역전쟁은 환율전쟁을 촉발할 위험성이 높아 중국이 미 국채 매각 등을 보복조치로 시행하면 금융시장까지 도미노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북한 문제 등을 미국과 공유하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아 통상전쟁이 격화하면 글로벌 북핵 대응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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