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먼저 넣던 예전의 분위기는 확실히 아닙니다. 실입주자든 투자자든 높아진 집값에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매수세가 많이 꺾였습니다. 물론 시장에 나온 매물이 너무 적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예전만 못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H공인 관계자)
끝없이 오를 것 같았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정부가 서울 주택시장을 주도해온 재건축 시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자 강남 재건축부터 분위기가 돌아섰고 그 여파가 강북권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2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시세 조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송파구의 ‘잠실주공 5단지’와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서울시의 층수 규제를 받아들이면서 재건축 사업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게 되자 8·2 대책 이후 침체됐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킨 곳들이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피할 수 없었던 이들 단지는 올 초 강남 재건축 단지의 재초환 금액이 최대 8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추정치를 정부가 공개한 뒤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의 G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해 최고 16억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매도 호가는 15억~15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서 “정부의 강남 재건축 압박에 매수세가 확실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 대출을 하지 않고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자산가들은 이미 매매를 끝낸 상황이어서 추가 매수세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덧붙였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도 “재초환 발표 이후 매수 문의는 확실히 줄었다”면서 “지난해 전용 76㎡가 19억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 시세는 18억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방침에 직격탄을 맞은 양천구 목동과 송파구 문정동 등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목동 신시가지의 M공인 관계자는 “여기 주민들은 정부 방침을 철회하라며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누가 지금 투자를 들어오려고 하겠냐”면서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북권 분위기 역시 주춤한 상황이다. 강남 재건축처럼 눈에 띄는 하락세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매수세가 꺾여 시장 분위기는 소강된 모습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D공인 관계자는 “이곳은 강남권보다 분위기가 다소 2주 정도 늦다고 보면 맞다”면서 “최근 가격이 비싸서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강북 재개발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당장은 쉽지 않은 듯하다. 성동구 성수동 1가의 S공인 관계자는 “최근 하루에 받는 문의 전화는 1~2통 정도”라면서 “지난해 말을 넘어서면서 다세대 지분 매물이 1억원이 넘었다는 기사가 나가면서 매수자들의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114의 주간상승률이 2월 2주부터 3주 연속하락한 것뿐만 아니라 한국감정원의 통계 역시 1월 3주 0.39%를 기록한 뒤 매주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 0.21%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숨 고르기 장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단기간 급등한 아파트값에 매수자들은 피로감을 내보이며 매수세도 주춤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당분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진정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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