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2018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진행 형식이 공개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 30분에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 김 위원장의 모습과 김 위원장을 맞이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될 전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 계단을 걸어서 내려올지, 판문각 옆까지 자동차를 타고 와 곧바로 군사분계선을 넘을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에서 인사 후 우리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공식환영식장인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의 판문점 광장까지 도보로 이동한다. 두 정상은 이곳에서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 환영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의장대를 사열한다. 사열을 마치면 양 정상이 상대측 공식수행원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이후 두 정상은 평화의집으로 들어간다. 김 위원장이 1층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하고 나면 문 대통령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이후 두 정상은 같은 층에 있는 접견실로 이동해 잠시 사전환담을 나누고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정상회담장이 있는 2층으로 이동한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장 중앙에 있는 문으로 공동 입장할 예정이며 오전 10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시작한다. 오전 회담이 끝나면 남북이 각각 별도의 오찬과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때 북측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올라가 휴식을 한다.
오찬이 끝나고 오후에는 정상회담 시작 전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뜻을 담아 공동 기념식수를 한다. 식수 장소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떼 길’이다. 임 실장은 식수목에 대해 “정전협장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라고 설명했다. 소나무 식수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하고 식수 후에 김 위원장은 한강수를,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주게 된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함께 들어간다.
공동식수를 마치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양 정상이 친교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눌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당일치기로 예정된 만큼 일정이 빡빡해 별도의 친교 시간이 있을 가능성을 낮게 점쳐졌으나 양측은 이 부분에까지 합의를 이뤘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 감독위가 판문점을 드나들 때 동선을 줄이기 위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든 다리다. 준비위는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도보다리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산책 후에는 양 정상이 다시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오후 회담을 이어간다. 회담을 모두 마치면 합의문 서명과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형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임 실장은 브리핑에서 “가급적 정식으로 공동발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나 합의 수준에 따라 그 형식과 장소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후 6시 30분부터는 평화의집 3층 식당에서 양측 수행원이 참석하는 환영 만찬이 열린다. 환영 만찬까지 마치고 나면 별도의 환송행사가 이어진다. 양 정상은 판문점 평화의집 전면을 스크린처럼 만들어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을 감상한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동행 여부는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임 실장은 “리설주 여사의 동행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리설주 여사가 오후에 혹은 만찬에 참석할 수 있기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설주가 동행하게 된다면 공식환영식과 환영 만찬 등의 행사에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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