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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톡톡 월드컵]<3>'소방수' 신태용…"한국축구, 이번에도 살려낸다"

비상등 켜질 때마다 긴급 호출

4년새 각급 대표팀 감독만 3번

한번도 조별리그 탈락 경력 없어

'보나마나 3패' 비관론 깰까 기대

신태용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전 캠프가 차려진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위기 때마다 그를 긴급 호출했다. /연합뉴스




지난 4년간 감독 신태용의 축구인생은 파란만장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이후 새롭게 출발하는 A대표팀의 코치로 1년6개월 만에 현장에 돌아온 그의 앞에는 ‘일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은 울리 슈틸리케 전 A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였지만 ‘투잡’이 기본이 됐다. 각급 대표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를 긴급 호출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의 투잡 히스토리는 지난 2015년 4월 막을 올렸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던 이광종 감독이 급성백혈병으로 하차한 공백을 신 감독이 메워야 했다.

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에 2대0으로 앞서다 3골을 허용하며 역전패 당하는 초유의 경험도 했지만 본선에서 신 감독의 지도력은 진가를 발휘했다. 조별리그에서 피지·멕시코를 꺾은 뒤 독일과 비기며 C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온두라스의 질식수비에 막혀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한으로 남았지만 조별리그 운영 전략과 맞춤 전술은 박수를 받았다.

2016년 11월에는 U-20 대표팀이 그를 찾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개막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기니·아르헨티나·잉글랜드를 뚫어야 했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정체됐던 이승우·백승호를 앞세워 기니·아르헨티나를 연파한 신 감독은 A조 2위로 팀을 16강에 올려놓았다.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으나 감독 신태용은 다시 능력을 증명했다.

결국 2017년 7월에는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 위기를 맞은 A대표팀의 감독까지 이어받았다. 4년 사이 각급 대표팀 감독을 3번이나 맡는 초유의 상황이었다. ‘소방수’ ‘땜질 전문가’ 등의 별칭이 붙었다. 급할 때마다 그를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신 감독은 “그 또한 사명감으로 받아들인다”며 또다시 한국축구의 급한 불을 끄러 나섰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무사히 넘기며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시리아와 극적으로 비긴 조 1위 이란의 도움을 받은 셈이었다. 그럼에도 본선 진출을 과하게 자축한 선수단의 행동에 팬들은 뿔났다. 설상가상으로 히딩크 감독 부임설이 튀어나와 감독직을 내놓으라는 여론에 시달렸다.

부임 후 10개월 동안 답답했던 경기력은 개선됐고 전임 감독 시절 찾기 어려웠던 부분전술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을 향한 믿음과 인기는 여전히 제자리다. 축구인생을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든 이에게는 어찌 보면 가혹한 부분이다.

신 감독의 세 번째 도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버겁다. 월드컵은 올림픽, U-20 월드컵과는 수준이 다른 무대다. 권창훈·김민재·김진수 등의 부상 낙마로 그나마 꾸릴 수 있는 100% 전력도 아니다. 전술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혼란에 빠진 모습도 보인다.

신 감독은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전장으로 향했다. 감독 커리어에서 단 한 번도 조별리그 탈락이 없는 그는 ‘운장(運將)’이라는 평도 듣는다. 하지만 늘 기대치를 넘은 결과물은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보나 마나 3패’라는 비관론을 딛고 그는 이번에도 한국축구를 구조할 수 있을까.
/축구칼럼니스트

※서울경제신문은 2018러시아월드컵 시즌을 맞아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의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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