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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이화여대 기숙사 E-House] 안산 자락 위에 아기자기...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공간

이화여대 E-House는 주변 캠퍼스 건물, 산, 저층 주거지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설계됐다. /사진제공=dmp건축사사무소, 윤준환 사진작가




이화여대 캠퍼스에는 계곡과 산의 지형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정문 앞의 국내 최대 지하 캠퍼스로 잘 알려진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계곡이다. 그 위에는 이화여대가 들어서기 전부터 있었던 산의 지형이 남아 있다. 서대문구 안산과 맞닿아 있는 캠퍼스의 북동쪽으로 갈수록 가팔라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 정상 위에 올려진 바위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이하우스(E-House)’ 건물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계곡을 상징하는 건물이 ECC라면 E-House는 산 정상에 해당하는 건물이다.

지난 2016년 8월 완공된 이화여대 기숙사 E-House는 지하 2층~지상 5층의 건물 8개 동으로 구성됐다. 기숙사 부지는 원래 경사진 지형에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숲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설계자인 피터 최 dmp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이러한 부지의 지형,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

단지 건물들 사이로 통경축이 확보돼 멀리 남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사진제공=dmp건축사사무소, 윤준환 사진작가


■주변환경과 조화 이룬 설계

캠퍼스 내 기존 건물들과 조화 위해

비슷한 색감·질감 가진 마감재 사용

최 부사장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오래된 마을처럼 각 건물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개성을 갖추면서도 함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설계의 모델로 삼았다. 그는 “처음에 부지를 살펴보고 자연과의 연결성이 중요하겠다는 판단에 따라 대지 위에 튼튼한 바윗덩어리들이 자리 잡은 모습을 떠올렸고 그러한 이미지를 건축주인 이화여대 측에 제안했다”며 “캠퍼스 내 기존 건물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비슷한 색감과 질감의 화강석·현무암 같은 마감재를 찾아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E-House는 캠퍼스 안의 다른 건물들뿐 아니라 경계 밖의 저층건물들이 밀집한 주거지역과도 조화를 이룬다. 8개의 건물은 중앙의 길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4개씩 배치돼 있다. 긴 장벽 같은 건물 대신 분할된 건물들로 주변에 대한 위압감을 줄이기 위한 구성이다. 또 기숙사 단지 중앙에서도 건물들 사이 통경축을 통해 멀리 남산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

기숙사 내부에는 카페·편의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사진제공=dmp건축사사무소, 윤준환 사진작가


■하버드·예일 캠퍼스처럼…

중앙도로 통해 학생들 자유롭게 교류



입면·배치에 변화 줘 단조로움 극복

기숙사 단지의 중심 공간은 중앙 길이다. 미국의 하버드·예일·코넬 등 많은 대학의 캠퍼스에는 건물들 중앙에 잔디밭과 같은 녹지공간이 마련돼 있어 학생들이 오고 가며 교류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설계자는 이화여대 기숙사에도 이 같은 공간 구성을 도입했다. 다만 소방도로를 확보해야 하는 건축 관련 규제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잔디밭 대신 도로가 기숙사 중앙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한다.

각 건물은 하나의 단지로서 통일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입면·배치의 변화로 단조로움을 극복했다. 건물의 창은 내부 생활공간의 책상과 침대 배치를 바탕으로 채광을 위한 구간과 환기를 위한 구간으로 분할돼 있다. 입면에서 반복 배치된 창호의 패턴과 석재 외장에 의한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각 창호의 폭이 달라지면서 패턴의 변화가 만들어진다. 금속재질의 창호 소재는 석재 외장과 대비를 이루며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각 건물들은 일직선 대신 조정된 배치를 통해 중앙에 굽은 길을 이룬다.

기숙사 진입로의 엘리베이터 건물은 외부로 통하는 통로이자 밝은 조명으로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사진제공=dmp건축사사무소, 윤준환 사진작가


■학생들 위한 세심한 배려

랜턴 닮은 엘리베이터건물…밤길도 안전

경사진 지형 활용 생활공간 노출 줄여

캠퍼스 외곽인데다 산과 인접해 있는 위치를 감안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기숙사 단지는 외부와 이어지는 동선이 제한돼 있고 주요 진입로에는 외부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건물이 있다. 단지 내부보다 약 15m 정도 높은 주변 지형과 내부를 연결해주는 이 건물은 랜턴 이미지가 적용돼 밤에 내부의 밝은 조명이 반투명 유리를 통해 밖으로 비치도록 만들어져 있다. 8개 건물의 출입구도 밤에 밝은 조명으로 진입로의 엘리베이터 건물과 대응하는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기숙사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단지 중앙의 길을 사이에 두고 캠퍼스 안쪽에 배치된 건물 4개는 지상 1층이 단지 중앙에서는 옹벽 너머 지상 3층 높이가 되도록 지어졌다. 경사진 지형을 활용하면서 기숙사 단지 내부에서 생활공간의 노출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캠퍼스 외곽의 나머지 건물 4개에서는 생활공간의 발코니가 동남쪽인 캠퍼스 바깥 방향으로 배치돼 채광과 경관을 확보하도록 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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