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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트럼프의 무역전쟁, 시진핑이 책임져야

손철 뉴욕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촉발한 무역전쟁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달 초 미국의 관세 폭탄이 실제로 중국 제품에 투하되자 “미국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세계의 많은 무고한 기업과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짐짓 세계 경제를 걱정하며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한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한술 더 떠 트럼프 정부에 연일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다. 미국이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국수주의를 대표하고 중국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대변하며 역사적으로 옳은 편에 서 있다고 강변한다.

미국의 언론과 경제 전문가, 정치인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거칠게 관세 폭탄을 날리고 안보 침해를 이유로 동맹국에까지 총구를 겨누자 난감해하며 격한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전장에도 꽃은 피듯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몇 가지 중요한 교훈과 반작용을 끌어내며 세계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첫째는 수십 년간 세계 경제의 발전에 ‘공기’ 같은 역할을 했던 자유무역의 소중함이다. 자유무역이 경제에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폐쇄 경제나 보호무역은 결코 답이 될 수 없음을 최근의 무역전쟁은 생생하게 일깨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1995년 출범하기 전에도 무역을 둘러싼 ‘말 폭탄’은 관련국 간에 적잖이 오갔지만 실제로 대규모의 관세 부과가 실행된 것은 30년 넘게 없던 일이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총동원된 무역전쟁에 기업이 위기를 맞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일이 유례없이 발생하자 자유무역의 가치는 새삼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힘을 싣는 대목은 중국에 대한 제재다. 짝퉁 천국인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무시하고 교묘한 규제로 외국인 투자를 공산당의 뜻대로 쥐락펴락했으며 각종 숨은 보조금으로 무역질서를 수십 년간 왜곡하며 고도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왔다는 것을 미국 내 어지간한 인사들은 꿰뚫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이면 거의 예외 없이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민주당 지도부조차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나 중국 기업의 투자 제한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할 일을 한다”며 반길 정도다. 보호무역에 반대하는 미국 내 경제 석학들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사석에서는 “자유무역을 위해서라도 중국은 한 번 손을 봐야 한다”고 속내를 비친다.



사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빌미로 지난 2년간 수많은 한국의 무고한 기업과 개인들에게 불공정하게 입힌 피해와 상처를 생각하면 중국이 앞서 미국을 향해 날린 비난의 화살들은 너무나 이중적이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래도 새로운 폭군의 등장에 ‘돌아온 탕자’가 회개하고 자유무역 발전의 밀알이 된다면 이번 무역전쟁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만하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을 방문한 유럽연합(EU) 집행부와의 회담에서 양측 간에 부과된 관세를 철회하고 자유무역을 증진하자고 합의함에 따라 우려했던 무역전쟁의 확전 가능성은 줄었다.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 협상에서도 진전을 이뤄나가고 있고 앞서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재가입도 검토하고 있다.

남은 곳은 중국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패권과 힘의 정치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이 깡패처럼 휘두른 힘은 못 본 체하고 미국이 날린 주먹만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작금의 ‘무역위기’가 트럼프의 펀치보다 중국의 오랜 편법과 부조리로 곪아 있던 것이 결국 터진 것으로 시 주석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있다. 시 주석이 미중 무역전쟁을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중국의 규제와 개방을 한층 투명하게 해 외국에서 진정한 신뢰를 쌓아야 하는 이유다. 승자가 없는 무역전쟁에서 시 주석이 승리의 길을 선점하기 바란다.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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