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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좋은 가족을 정의하지 않으려 했다"

/사진=지수진 기자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내한했다. ‘어느 가족’으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 그는 일본을 넘어 한국 활동에 대한 바람을 전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30일 서울시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신작 ‘어느 가족’으로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경쟁부문에만 5 작품이 초청되며 칸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유지했던 그는 마침내 최고 영예를 안으며 거장의 귀환을 알렸다.

고레에다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해 “작품을 만들 때 작게 만들어서 오랜 시간을 들여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뜻하지 않게 칸에서 큰 상을 수상했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다.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기쁘다”며 “일본에서는 오리지널 작품으로 대규모 개봉을 하는 것이 수월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해온 것이 이렇게 보답을 받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고레에다 감독의 수상에 주목한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는 그에게 어떠한 축하 인사도 없이 침묵을 유지해 비판을 일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정부가 축하의 마음을 표한다는 건 영화의 본질과 상관 없는 문제”라며 “국회에서는 한 편의 영화 외에도 해결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 영화를 둘러싼 본질적인 이야기들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평범한 듯 특별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앞서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통해 꾸준히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의 의미’에 대한 10 년 간의 고민을 ‘어느 가족’에 담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좋은 가족은 어떤 것이라는 정의를 내리지 않으려고 했다.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어느 가족’ 안의 가족들은 범죄를 일으키고 결국 심판을 받게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말에 대해서는 “여러 형태의 감상들이 있다. 너무 잔인하고 어둡다는 관객들이 있는가 하면 밝은 빛이 느껴졌다는 관객들도 있었다”며 “ 내가 말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보는 이들의 해석에 따라 달렸다. 촬영하면서 생각했던 건 영화가 전개되면서 쇼타(죠 카이리)가 느꼈던 것들이 앞으로를 살아가는 하나의 양식이 될 거라는 것이다. 쇼타의 표정이 그런 것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사진=지수진 기자


다수의 작품에서 고레에다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은 ‘어느 가족’에서도 그와 함께했다. 두 사람은 각각 가르칠 것이라고는 도둑질 밖에 없는 아버지 오사무, 가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할머니 하츠에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쳤다.

고레에다 감독은 “혈연이 아님에도 가족을 살아가는 부모 자식을 떠올렸을 때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 외 다른 배우는 떠오르지 않았다”며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 전 그가 맡은 역할에 관해 편지를 주고 받았다. 오사무는 영화 내내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역할이라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오사무의 자식인 쇼타가 성장하면서 아버지를 앞질러 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는 슬픈 아버지 상이라고 설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키키 키린에 대해서는 “이 분 이상으로 좋은 배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족들이 바닷가에 갔을 때 하츠에가 소리 내지 않고 입으로 ‘고맙습니다’라고 중얼거린다. 이건 대본에 써있지도 않았고 키키 키린이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연기한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알지 못하고 편집실에서 영상을 보면서 알았다. 이후에 이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에 나올 수 있도록 대본을 수정했다. 키키 키린은 영화의 주제와 핵심을 포착해내고 그걸 본인의 연기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놓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황금종려상 수상에 힘입어 ‘어느 가족’은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8일 일본에서 개봉한 ‘어느 가족’은 ‘데드풀2’,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등 할리우드 작품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수성했다. 국내에서 역시 개봉 하루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시작하고 15년 정도는 독립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큰 규모의 개봉을 경험이 거의 없다”며 “일본에서 300만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고 아시아 각국에서도 개봉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여러분께 선보이게 됐고 아주 좋은 출발을 끊었다고 들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지금 프랑스에서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만든 작품이 언어나 문화를 뛰어 넘어 많은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문화나 언어를 넘어 연출을 할 수 있느냐’가 숙제로 쥐어졌다”며 “이 도전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 한국에서도 작업을 하고 싶다. 한국 배우들 중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들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어느 가족’은 지난 26일 국내 개봉했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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