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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칼럼]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대비하자

한국 수출 37%가 美·中에 집중

무역전쟁 격화땐 제조업 직격탄

국내 산업생태계 흔들릴 가능성

피해예상 산업대책 미리 강구를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전공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결정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7월 말까지 미 상무부가 무역확대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 자동차가 미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할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기초로 관세 부과 대상 국가를 정하게 된다.

지난 7월19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관련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자동차 관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입자동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 자동차업계도 관세 부과가 부당하며 미국 내 일자리와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공청회에서는 미국의 관련 업체들이 트럼프의 정책을 두둔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최근 들어 자동차 관세에 대한 미 통상당국자의 발언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입을 다물고 있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역시 자동차 관세에 대한 부담이 큼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무역에서 1,200억달러(2017)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빅3 자동차메이커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해 이들 국가와 수출·수입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생산시설을 가동하면서 부품조달에서 완제품 판매까지 말 그대로 ‘글로벌 경영’을 하고 있어 고관세로 미국 시장을 보호해주겠다는 트럼프의 방식에 찬성하기 어렵다. 더구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원자재 조달 애로 및 생산단가 인상으로 비즈니스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점은 굳이 공청회를 통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자동차 관세 부과를 추진했을까. 자동차 관세 부과 자체가 목표가 아니고 애초부터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회원국들의 양보나 대중국 정책 동참을 목표로 했을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EU·일본 등 많은 국가가 트럼프의 무역제재에 대항하기보다는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 제재 수위를 낮추려고 하는 데 비해 중국은 ‘일대일’의 동일한 수준으로 무역보복을 하자 미국도 당황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중부 팜벨트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두와 돼지고기 수입을 차단했고 7월6일 중국은 자동차에 대한 자국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면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40%로 올렸다.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이고 2위 자동차 수입국인 중국의 조치에 중국이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 같다. 팜벨트 지역에 12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EU와 일본 등을 아군으로 끌어들여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2주 전 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인 유럽국가들을 적국 취급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장클로드 융커 EU 위원장과 올 5월에 부과했던 관세를 취소하고 앞으로 통상협상이 끝날 때까지 상호 간에 무역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EU는 미국산 콩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해주기로 약속했다.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피해를 겪는 산업에 판로를 열어줌으로써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국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향후 일본 아베 신조 정부도 EU와 유사한 제안으로 미국의 자동차 규제를 피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도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협상 방식으로 보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크게 떠들었는데 별로 성과가 없게 되면서 우리나라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할 경우 우리 경제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 간 갈등이라고 해서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가 미미할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37%를 차지하고 있고 대중국 수출은 가공무역 위주이어서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 제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산업의 가치사슬이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국내 산업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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