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2일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송 비서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드루킹 김동원씨를 소개시켜 준 인물이다. 또 드루킹 최측근 도모 변호사를 면접 본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소환도 계속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특검이 남은 수사 기간 내에 두 청와대 인사에 대한 유의미한 혐의점을 포착해 수사 기간 연장을 관철시킬지 주목된다.
이날 특검의 송 비서관 조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관계자가 현직 신분으로 특검 또는 검찰에 소환된 첫 사례다. 특검은 이날 송 비서관에게 김 지사와 드루킹을 연결해준 경위와 드루킹 측에게 간담회 사례비로 200만원을 받은 이유를 캐물었다. 또한 드루킹이 그에게 최측근인 도 변호사와 윤모 변호사를 대선캠프에 넣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조사했다.
특검은 백 비서관에게도 이날 출석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비서관은 아직 참고인 신분이어서 특검이 출석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에 특검은 백 비서관과 재차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백 비서관은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으로 추천한 도 변호사를 지난 3월 면담한 바 있다. 이때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에게 연락한 시점이 드루킹이 경찰에 체포된 직후여서 청와대에서 사안을 무마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만약 특검이 이들 청와대 인사에 대해 혐의를 규명해내면 수사 기간 30일 연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수사 기간(60일)이 오는 25일까지로 13일밖에 남지 않아 청와대 인사나 그 윗선의 연루 의혹에 대해 조사하기엔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다만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해줄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정권 핵심 포스트에 있는 대표적인 ‘친문’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송 비서관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일정팀장을 맡았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제1부속비서관으로 임명돼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특히 특검 수사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6월26일에 대국회 업무를 하는 정무비서관으로 보임돼 두터운 신임을 받는다는 평이 나왔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백 비서관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문재인 청와대에서 ‘비검찰’ 출신임에도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고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을 감시하는 민정비서관으로 낙점됐다.
따라서 차세대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김 지사에 더해 이들 두 비서관까지 어떤 형식으로든 사법처리가 된다면 친문 세력에게는 큰 손실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분명한 혐의점이 불거지지 않는 이상 대통령 측은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이들 비서관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할 때 수사 기간 연장 시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특검 측은 아직 수사 기간 연장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특검은 이번주 초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론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검은 드루킹을 재차 소환해 앞서 김 지사와 대질신문할 때 진술을 번복하거나 엇갈린 부분을 확인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