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택시장에서 회자 되는 말이 ‘규제의 역설’이다. 정부가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강력한 규제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는 ‘풍선효과’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9·13 주택시장안정’의 핵심은 보유세 강화, 청약제도 개편, 1주택 대출 규제 등으로 통해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은 과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단기적 위축은 있겠지만 집값 안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공급 대책의 윤곽이 나오지 않은 데다 자칫 매물 잠김 현황을 더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전문가 및 시장의 분위기는 이번 대책으로 추격 매수세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팀장은 “대책이 이전에 나왔던 규제보다 수위가 높다”며 “절세혜택 등 다주택자들이 역이용 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 추가 주택 구입 심리가 상당히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최고 3.2% 수준 이상의 보유세율이 적용되는 등 강력한 규제책이 나오면서 심리적으로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가격조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규제 시점에서 공급확대 방안이 나오면 다주택자들이 대기수요로 들어갈 수 있는 데 아직 공급 확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요 억제책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억제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느 지역에 누구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공급확대방안을 살펴야 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서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일단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시장도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며 “현재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의 신고가 행진도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앞으로 나올 공급 시그널이 집값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이 최근 발표한 ‘서울 공급 부족’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서울은 2011년 이후 8년간 누적으로 6만 9,398가구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서 집계된 통계를 활용한 것으로 서울 입주 물량만 놓고 보면 물량이 늘고 있지만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멸실 물량을 차감하면 이 같은 공급 부족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집값이 쉽게 잡히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임대사업자 의무임대기간(4년 또는 8년)과 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등으로 다 주택자라도 쉽사리 물건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정형연 렉슬황금공인 대표(서경 부동산 펠로)는 “지난해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촉진 시켜놔서 최소 5~10년간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지금 내놓을 수 있는 물건 자체가 없어서 대책이 나와봤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마포구 신공덕동의 최승우 공덕청암 공인중개사 대표는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시작한 4~6월에는 거래가 거의 없었고, 7월 중순부터 거래가 좀 풀렸다고는 하지만 현재도 신공덕동 전체를 통틀어 한 달에 10건 정도 거래되는 수준”이라면서 “물건이 하나 나오면 20~30개 부동산이 달려드는 분위기일 정도로 물건 자체가 없어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다 주택자에 대한 강경 대책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 현상이 더 강해져 강남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단 예측도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의 김시연 래미안114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수요자들이 강남으로 몰리고 또 반포 주민들도 옆 동네 조차로도 절대 이사 안 간다고 한다”면서 “금싸라기 땅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는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때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다 주택자들 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유가 없는 다 주택자들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조정기를 거쳐 집값이 안정은 되겠지만 이는 부동산 대책보단 집값 과열에 따른 피로감에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 경기 침체, 금리 상승 영향으로 좀 안정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근본적으로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장세에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는 것이 집값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잠시 위축되다가 다시 살아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주원·이재명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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