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학생이 교수의 비위 사실을 고발했다가 제적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수년째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최근 법원이 대학 측의 징계가 과도하다며 징계 무효 판결을 내려 복학이 가능해졌으나 학교 측이 같은 이유를 들어 해당 학생에게 추가 징계를 내려 이중처벌 논란이 불거졌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충북 중원대학교는 지난 3일 사회복지학과 학생 A(58·여)씨에게 “학생으로서 본분을 위반해 학교의 명예를 심히 훼손했다”며 유기정학 30일 처분을 내렸다. 특정 교수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근거로 학내에서 불법 캠페인을 벌였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A씨는 이미 한 차례 받은 징계가 무효하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학교 측이 복학을 막기 위해 재징계 처분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J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A씨는 B교수의 강의시간에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남녀 학생을 지목하며 “C가 D를 강간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며 학생들에게 물었다. 당시 강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물음에 학생들은 당황했지만 B교수의 이 같은 이상 발언은 강의 때마다 반복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B교수는 개인 사정으로 시험에 불참한 학생에게 자신의 집 근처에서 재시험을 치르도록 한 뒤 A+ 학점을 주는 등 특혜시비도 불거졌다.
B교수 문제가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학교 측에 문제해결을 요구했지만 해결되지 않자 사회복지학과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A씨는 학교 측에 B교수 처벌 등을 요구하는 학내 서명운동을 벌였다. 탄원서에는 전체 재학생 가운데 30%가량인 1,565명이 동참할 정도로 이번 사건이 당시 재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제가 커지자 학교 측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B교수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B교수에 대한 비위 및 부당행위와 관련해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고, 되레 학내에서 불법 캠페인을 벌였다는 이유로 A씨를 비롯한 비대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학생들에게 무더기 징계 처분을 내렸다. 특히 비대위원장을 맡은 A씨에게는 제적처분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은 A씨가 학교를 상대로 제적처분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청주지방법원은 A씨에 대한 제적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학은 곧바로 항소했다가 지난달 29일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난 8월 1년 만에 다시 학교에 복학신청을 했지만 학교 측은 A씨에게 다시 유기정학 30일 처분을 내렸고, A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유기정학 처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또다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A씨는 “법원에서 이번 징계가 과도하다며 무효 판결을 내리자 학교 측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수위를 낮춰 재징계를 내린 것”이라며 “끝까지 싸워서라도 문제를 바로잡고 복학해 떳떳이 졸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의 판단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라며 이미 내려진 징계를 번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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