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이 기울듯 5일 동안의 짧은 황금연휴도 어느새 저물었다. 눈 깜짝할 새 연휴가 끝나면 아쉬움도 남고 왠지 모를 공허함도 밀려온다. 이럴 때는 어깨 축 처져 있지 말고 가방 하나 둘러메고 하루 이틀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제일이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는 가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수확이 있는 여행’을 주제로 ‘10월의 추천 여행지’를 선정했다. 추석이 지나갔다고 실망하지 말고 가족들과 기분 좋은 나들이 한 번 갔다 돌아오면 다시 일상의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가을이 깊어가면서 푸른 잎에 단풍이 드는 것처럼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은 익어간다. 산란기를 거치면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도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짭조름하고 달콤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미식가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지금이 꽃게 천국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꽃게 어획량의 8% 정도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때쯤 하나둘 돌아오면서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자갈 해변과 해안 절벽이 절경인 ‘가래칠기 해변’, 깎아지른 절벽이 영화 ‘빠삐용’을 떠올리게 한다고 해 이름 붙은 ‘빠삐용 절벽’, 연평해전의 기상과 희생을 추모하는 ‘연평도 평화공원’, 마을을 중심으로 골목을 따라 이어진 ‘조기파시탐방로’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대추와 사과로 유명한 충북 보은도 이맘때 가장 분주하게 돌아간다. 농부의 정성이 담긴 대추와 사과를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여행자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워낙 맛이 특별해 옛날 임금님의 밥상에도 올라갔다는 보은 대추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보은 대추 축제’는 오는 10월12~21일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열린다. 이와 함께 ‘사과나무체험학교’에 미리 신청하면 새빨간 사과를 직접 따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신라 시대의 산성인 ‘삼년산성’과 소나무 향기가 가득한 ‘솔향공원’, 한옥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우당고택’ 등 구경거리도 가득하다.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경남 하동의 ‘평사리 들판’은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제격인 여행지다. 해발 300m의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산성인 고소성에 오르면 넉넉한 들판을 품은 지리산 자락의 형제봉과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소성을 둘러보고 내려와 평사리 들판을 여유롭게 걸은 뒤 널찍한 정원에서 차 한잔 음미할 수 있는 ‘매암차문화박물관’, 벽화가 볼 만한 ‘하덕마을’까지 구경하면 한나절 코스가 완성된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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