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중국 경제지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는 지난주 말 ‘은행 리차이 업무 감독관리 규정’을 발표했다. 이번 규정으로 은행 리차이 상품은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국 주식에 간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리차이는 중국 은행들이 운용하는 자산관리상품(WMP)이다. 올해 8월 말을 기준으로 상품 잔액은 22조3,200억위안에 달한다.
중국 은행권은 리차이를 개인투자자 등으로부터 고금리를 약속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일종의 펀드로 운용하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제조업체에 투자해 왔다. 은행 리차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으로 불릴 만큼 운용과정이 불투명해 중국 금융당국이 규제확보 차원에서 그동안 주식이나 원자재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이번에 주식투자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푼 셈이다.
중국 증권시장이 최근 고점 대비 22%가량 폭락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 국내외에서는 주가부양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있다. 중국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9월28일 종가가 2,821.35에 그쳤고 전망도 밝지 못하다. 증시하락으로 개미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결국 중국 당국이 규제 완화를 통한 증권시장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안전자산에 묶여 있던 은행 리차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새로 주식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단 중국증시는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금융시장을 흔들 뇌관이 하나 더 생긴 셈이어서 전문가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은행 리차이 상품은 2002년 처음 생긴 뒤 지금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했다. 이는 중국 투자자들의 인식과 관련돼 있다. 펀드 성격이라 당연히 원금보장은 안 되지만 은행에서 운용한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원금보장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향후 주식에 투자해 손실이 날 경우 이제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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