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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두드려야 열린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미완성 단계 연구라 할지라도

조기 라이선싱 기회 없지않아

가급적 다양한 투자자 만나고

상대방 사업전략 맞춰 접근을





우리 회사는 창업 3년 차 바이오벤처다. 창업하고 1년째에 투자자 중 한 친구가 미국에서 열리는 BIO학회에 다녀오라고 권유했다. BIO학회는 세계 신약개발 벤처들과 다국적 제약회사들 1,300개사에서 1만8,000여명이 모이는 큰 학회다. 여러 강의와 발표가 이뤄지는데 가장 백미는 파트너링 행사다. 바이오벤처가 ‘파는 쪽’이 되고 다국적 제약회사가 ‘사는 쪽’이 돼 라이선싱 딜을 논의한다. 한 평 남짓 되는 작은 방에서 30분간 파는 쪽이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연구력을 보여줘야 한다. 사는 쪽이 관심을 보이면 다음 미팅을 약속하게 되고 관심이 없으면 그것으로 헤어진다.

필자는 10년 전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사에서 대정부 소통 업무를 맡고 있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입사 후 얼마 안 돼 미국 워싱턴DC에 출장을 가게 됐다. 거기에서 파마(PhRMA) 소속의 로비스트 2명을 소개받았고 일주일간 따라다녔다. 로비스트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검은돈을 떠올리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이다.

당시 미국 의회 ‘민주당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의원들이 방을 개방하고 로비스트들이 의원실에 들어가 정책을 제안한다. 의원이 로비스트의 정책 제안이 마음에 들면 다음 미팅을 약속한다. 그 과정을 CNN에서 투명하게 중계한다. 로비스트들은 정책을 파는 쪽이었고 의원들은 정책을 사는 쪽이 돼 정책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의원들은 보다 좋은 정책을 듣고 싶어 했다. 좋은 정책을 발굴해 의회에서 법안을 만들면 그것이 의원들의 성과였다. 무엇보다도 로비 과정이 투명했고 시장 원리의 효율성과 우수성에 기초해 설계된 시스템이었다. 비슷한 시스템이 BIO US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사실 창업하고 1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BIO US 파트너링에 참가한다는 것이 무리이기는 했다. 그런데 한 투자자는 “1·2년 후에는 어차피 해야 할 것인데 미리 모의고사를 본다는 생각으로 다녀오라”고 권유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를 가속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 현명한 조언이었다.

이렇게 반은 등 떠밀려 시작한 BIO US에 해를 거듭해 참여하면서 우리는 제법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와 네트워킹을 하게 됐고 그것이 무르익어 현재 몇몇 회사와 의미 있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운 점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선 때로는 효율성을 포기하고 닥치는 대로 무차별적 접촉이 필요한 것 같다. 신생 벤처 입장에서는 어디에서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기대가 컸던 곳보다 기대하지 않았던 엉뚱한 곳에서 기회가 만들어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비즈니스스쿨에서 배웠던 엘리베이터 스피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30분 안에 회사의 역량을 보여주고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

상대의 비즈니스 전략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의 전략을 알기 위해 기사, 내부 인력의 조언, 그들과 관계가 좋은 컨설턴트의 조언 등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구가 꼭 무르익어야 딜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상대의 전략에 따라 조기 라이선싱 기회도 있는 것 같으니 다양한 회사를 만나야 한다.

내 영어 실력은 비즈니스스쿨 때나 지금이나 항상 아쉽다. 우리 아이들이 국제무대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영어 공용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천차만별인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잘 매니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투자자는 우리 사업에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투자자도 있다. 어떤 태도를 가지든 고마운 투자자들이다. 이들이 신뢰를 가지고 성과를 기다릴 수 있도록 설득해나가는 것이 창업자가 지고 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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