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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 “특허 출원수 세계 4위 한국, 質 따져보면 갈 길 멀어”

지재권강국 강조하지만 정작 靑·국회에 전문인력 한명도 없어

기업·국가경쟁력 키우려면 표준특허·원천특허 많이 확보해야

R&D단계부터 출원 고민하고 사업화위한 전략적인 사고 필요

5일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이호재기자.




“강한 특허를 만들기 위해서는 심사품질 고도화뿐 아니라 기술·제품의 연구개발(R&D)과 의미 있는 기술을 특허로 출원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해당 분야를 선도할 만한 기술을 먼저 찾아내 권리를 최대한 넓게 확보하고 후발주자들이 쉽게 넘보지 못하도록 하는 게 강한 특허의 본질입니다. 다양한 이공계 지식을 갖춘 변리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대한민국 특허의 질 역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오세중(60·사진)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변리사회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특허는 기술품질·출원품질·심사품질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나온다”면서 “우수한 기술을 강한 특허로 업그레이드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변리사 업계가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회장은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수만 놓고 보면 세계 4위의 지식재산 선진국이지만 특허의 품질을 따져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하며 “제품이나 기술의 R&D 단계에서부터 특허출원을 고민하고 완성된 기술을 권리화 또는 사업화하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지식재산권 강국’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나 국회에 지식재산권 전문인력이 단 한 명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우리 지식재산권 정책의 큰 틀을 짤 수 있는 전문인력을 행정부와 입법부에 포진시켜 넓고 긴 시각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2월 치러진 대한변리사회 회장 선거에서 1차·2차 투표에서 모두 승리하며 40대 회장에 당선됐다. /대담=정민정 성장기업부장 jminj@sedaily.com

오 회장은 특허를 어린 시절 ‘땅따먹기 놀이’에 비유했다. 지식재산권이라는 넓은 영토에서 자신만의 고유영역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특허의 본질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변리사는 고객들이 최대한 많은 땅을 차지할 수 있도록 기술적·법률적 언어로 돕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그는 “기업이나 대학·연구소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제때 특허출원과 등록이 이뤄지지 않으면 후발주자에게 해당 기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면서 “변리사들은 새로 나온 기술의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해 선행특허로 인정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 의뢰인의 특허권리가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오 회장은 특허심사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관행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특허를 출원하면 약 80%가 거절되다 보니 변리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특허의 권리범위를 좁게 해석해 신청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특허출원 수가 양적으로는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권리범위가 넓은 ‘질 높은 강한 특허’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5일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이호재기자.


실제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 상표출원 세계 7위, 디자인출원 세계 2위의 지식재산 강국이다. 한국 특허청은 미국·중국·일본·유럽과 함께 세계 5대 특허청(IP5)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오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양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를 보면 우리나라는 6억달러 적자”라면서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표준특허·원천특허와 같은 강한 특허가 부족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국내 특허가 외형 성장에 맞는 내실을 갖추려면 R&D의 성과가 권리화·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20조원의 자금이 R&D 분야로 흘러가고 있어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R&D에서 나온 성과를 권리화하는 사업의 예산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R&D에 투자해도 양질의 특허가 나올 수 없습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해외 특허출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특허청은 2008년부터 ‘특허-연구개발 연계전략(IP-R&D)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중견·중소기업과 대학·공공연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초기부터 특허를 분석해 효과적으로 선도기업의 핵심특허를 피하고 특허가 없는 영역을 찾아 우수한 기술과 특허를 선점하도록 맞춤형 R&D 전략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총 1,400여개의 중소·중견기업, 400여개의 대학·공공연 과제를 지원했다. 창출된 특허의 질도 높아 우수 특허 비율이 비(非)지원 대비 2.3배,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국 특허 비율도 비(非)지원의 3.4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 비해 올해 배정된 예산은 234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오 회장은 변리사 보수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기업들이 빈번하게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특허권리 확보에 소홀히 한 탓입니다. 실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어떤 변리사가 더 낮은 수수료로, 더 빨리 특허를 출원 및 등록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반면 특허 강국인 미국은 스타트업조차 어느 변리사가 비싸고 실력 있는지부터 따집니다. 최근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1억원을 들여 등록한 특허기술이 큰 히트를 치면서 8,000억원에 매각됐어요. 특허등록도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확실한 보상이 이뤄지니 강한 특허가 나올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의 특허출원인 대리인 보수는 미국 등 선진국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변리사가 전문 자격사 가운데 매년 고소득 1위에 오르는 통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사업장 평균 매출로 소득을 잡고 있지만 변리사 회원 3,000여명이 모두 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사업장 가운데 매출이 높은 소수의 대형 특허법인의 소득이 전체 통계에 대한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이호재기자.


오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변리사시험의 실무형 문제 출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허청은 5일 내년도 변리사 2차 시험에 실무전형을 포함해 시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실무전형 도입에 반대해온 대한변리사회는 즉각 반발하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해 변리사 2차 시험 실무전형의 시행 여부는 사법부 판단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필기시험은 수험생들의 법률적 소양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으로, 대다수 학생은 실무경험이 없다”면서 “수험생들의 실무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필기시험에 적용할 게 아니라 현장의 실무연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회장은 변호사 업계가 반대하고 있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 부여에 대해서는 나무보다 숲을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현장의 많은 변호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할 때 변리사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이제는 서로가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 현실을 인정하고 의뢰인에게 최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팀플레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에 참여하는 것을 변호사의 영역 침해(나무)가 아니라 전문성 있는 특허법률 서비스(숲)를 제공하는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어 “현재 변리사법 8조에는 변리사들의 소송대리권이 명시돼 있다”면서 “특허침해소송에 변리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없던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에 있는 조항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현재에도 특허침해소송과 관련해 변리사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하지 못할 뿐 이미 대형 로펌에서는 변리사들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영역 다툼이 아니라 의뢰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실을 인정하고 협업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오 회장은 “지식재산권은 미중 분쟁에서 나타나듯 미래의 먹거리로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분야”라면서 “우리나라도 지식재산권 정책을 통합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인재들이 청와대나 국회에 입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서 기존에 없었던 갈등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백악관에 지식재산집행조정권을 둬 주요 부처 회의에 배석시킨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반면 우리는 청와대는 물론 국회에도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전문위원이나 입법조사관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리=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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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서울 △1977년 서울대 인문 계열 입학 △1991년 서울대 철학과 졸업 △1995년 변리사 자격 취득 △2000년 해오름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2005년 경희대 겸임교수 △2018년 대한변리사회 40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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