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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살롱, 분기회비만 40만원 훌쩍…"그들만의 고가 사교모임"

살롱문화 '불편한 시선'

“근래에 접한 ‘공동체’라는 단어를 맥락에 맞게 번역한다면 ‘커뮤니티(community)’일지 ‘카르텔(cartel)’일지 고민스러운 게 사실이다.”

지난 2011년 소설가 김사과는 과거 ‘힙스터’ 문화를 다룬 한 책을 논하며 이렇게 썼다. 수년째 전 세계 도시 문화를 뒤흔들고 있는 힙스터에 대한 해석과 비평은 제각각이고 복합적이지만 지금 한국사회에서 2030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살롱’ 혹은 ‘공동체’ 문화가 힙스터 문화에서 파생된 하나의 조류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김사과의 논평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트레바리’ 등 ‘취향 공동체’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불편함을 정확하게 비춘다.

불편함의 구체적인 원인은 ‘트레바리’ ‘문토’ ‘취향관’ 등의 ‘살롱’ 모임이 ‘유료’라는 점에 있다. 이런 ‘취향 공동체’가 지금까지 인터넷 동호회 등과 차별화를 갖는 가장 큰 특징도 바로 ‘유료’라는 점이다. 그 가격은 장소 대여를 위해 쓰는 커피 한 잔 값 정도가 아니라 분기당 20만~40만원 수준으로 상당히 비싸다. 하루 4~5시간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모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연스레 걸러지는 것이다. 여기다 유료 독서 클럽인 트레바리의 경우 구성원이 되려면 돈도 있고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장문의 독후감을 쓸 수 있는 지적 능력까지 요구된다. 겹겹이 쌓인 필터를 통해 엄선된 ‘나처럼 괜찮은’ 혹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 사실 이런 폐쇄성이야말로 18세기 귀족들의 살롱 문화가 가진 핵심 요소였다. 트레바리 등이 일부로부터 “취향 공동체를 표방하지만 결국 돈을 내야 입장 가능한 비공개 사교클럽”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최근 서울 을지로·연남동·성수동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비판의 맥락도 비슷하다.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공간에서는 독립 전시나 인디 공연 등이 주로 이뤄지는데 가격이나 품질 등을 보면 정식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강연의 경우 시나 도, 공공 도서관 등에서 진행하는 무료 강연이 훨씬 질 좋은 경우도 많지만 이런 강연은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기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소수의 검증된 사람들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들이 결국 ‘젠트리피케이션(낙후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이 유입되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익선동·을지로·연남동 등 2030이 몰리는 문화 상권은 이미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솟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업자들 사이에서는 ‘문화가 돈이 된다’는 말이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며 “과거 부동산 개발업자로 불렸던 사람들이 ‘문화·공간기획자’라고 이름을 바꾸는 상황도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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