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경이 만난 사람]장지상 산업연구원장 "소주성 탓에 기업들 비용 압박...생산성 키울 구조개혁 나서야"

높은 비용구조 등 전통적 생산력 문제가 자동차산업 위기 만든 원인

부가가치율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노사관계 유연성 확보 필요

소득성장 고집하다 물가만 올라...국민·기업과 소통하며 정책 펼치길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산업의 생태계가 최근 급속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이 지탱하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에 동시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면 전후방 산업과 고용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 산업 위기보다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산업의 맏형인 반도체 산업도 중장기적으로는 기회가 있다지만 당장 글로벌 수요 부족으로 가격 하락, 수출·생산 둔화의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지난 2018년 12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산업 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산업환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산업연구원의 위기의식은 더 심각했다. 2일 세종시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 부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한 산업계의 비용 압박을 혁신성장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창출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주력 제조업의 장단기 생산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개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학현학파 출신이지만 소득주도 성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대담=김능현 경제부 차장 nhkimchn@sedaily.com

장 원장은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처한 원인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했다.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대비가 늦어 발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산업 전반의 생산성, 비용 구조 등 전통적 경쟁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격 차량을 저생산성, 고비용 구조로 생산해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수준이고 이는 완성차 업체에 전속적으로 의존하는 자동차 부품 산업에도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며 “미래 자동차에 대한 대비뿐 아니라 고급 수출 모델 개발, 고품질, 고생산성 구조로 전환해 전통적인 경쟁력 향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 완성차의 평균 수출가격은 1만5,000달러로 일본(2만3,000달러), 미국(2만9,000달러), 독일(3만9,000달러) 등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반면 인건비는 높은 편이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보면 한국 완성차 5사의 평균은 12.2%에 달하지만 일본 도요타는 6.4%, 독일 폭스바겐은 9.5%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이 한 몸처럼 움직여 낮은 이윤과 부품 단가를 경쟁력 삼아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노사관계에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장 원장은 “우리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25% 수준으로 선진국 평균인 35%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제품 기획부터 부품·소재, 판매·AS까지 전반적으로 같이 해야 부가가치가 올라간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숙련도에 따라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노동조합에 따라 지급한다”며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문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노사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는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장 원장은 “좋은 모델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동차 물량 과잉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높여 정말 제대로 된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이 흐름상 단기적인 고점을 지나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짚었다. 당장 수요가 줄고 공급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수출과 생산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 장 원장은 “시장의 수급상황을 보면 대규모 수요를 견인한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시설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PC 시장이 정체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이미 확충한 생산설비에서 계속 제품이 나오고 있어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도입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는 게 정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개시돼 본격적인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고 폴더블 스마트폰 등 신개념 제품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어 반도체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회복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지속해 기술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에만 치우친 산업구조를 개편해 소재·장비 등 기반산업을 강화하고 팹리스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장 원장에게 임기 3분의1이 지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생산성을 올려줄 수 있는 정책수단이 함께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 소득주도 성장만 앞서나가다 보니 물가만 올랐다”고 비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나머지 2개 축인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가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장 원장은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라는 두 축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에는 선진국의 제품을 따라잡는 전략이었기 때문에 대기업이 고민해서 중소기업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값싸고 성능을 좋게 해도 문제가 없었다”면서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대기업 혼자는 역부족이고 공정경제를 바탕으로 중소기업들의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인상만 강조됐지만 앞으로는 통신료 할인 등 실질적 구매력을 늘려주는 정책과 아동수당 같은 사회복지를 늘려주는 방향으로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책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장 원장은 “최근 산업부가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한 산업정책에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정책 성과는 구체적 실행계획과 면밀한 정책 수행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정책의 직접 대상인 산업·기업·지역과 소통하면서 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원장은 “지금까지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정책을 취합하는 기능만 했다”며 “부처별 업무영역을 조정하는 강력한 권한이 없었기 때문인데 올해는 기재부든 산업부든 그 역할을 맡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 창출을 위해 올해 반드시 풀어야 규제 분야로는 △개인정보 보호 △원격의료 서비스 △자율주행자동차 세 가지를 꼽았다. 장 원장은 “여러 신산업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규제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라며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양한 법·제도적 이슈에 따라 원활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빠르게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양질의 데이터가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원격의료 서비스 확산을 위한 규제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의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미 도입기를 넘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과 결합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우리는 철 지난 규제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장 원장의 진단이다.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의 규제 정비와 관련해서는 “내년부터 레벨 3단계(자동차가 안전기능을 제어, 탑승자 제어가 필요할 경우 신호)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율주행 시 예상되는 위치정보 수집, 보안 문제, 사고 책임소재 문제, 보험 등 각종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리=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