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폭으로 바뀐 골프규칙이 여자프로골프 대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대만 신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대만 여자오픈(총상금 80만달러·약 9억원)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는 지난해 12월 초 베트남에서 개최된 효성 챔피언십에 이은 2019시즌 두 번째 대회지만 2019년 개정 규칙이 적용되는 첫 번째 대회다.
우승컵의 향방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점은 새 골프 규칙 적용에 따른 영향이다. 세계 양대 골프기구인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더 쉽고 더 빠르게’를 기치로 개정한 룰은 2019년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새해 첫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통해 프로 투어 대회에 첫선을 보였다. 이 대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깃대를 꽂은 채 퍼트하는 것이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등 상당수 선수들이 깃대를 빼지 않아도 된다는 새 룰을 꽤 잘 활용했다.
대만골프협회와 KLPGA 투어의 공동주관 대회인 대만 여자오픈 참가 선수들은 첫 적용되는 바뀐 룰 가운데 이른바 캐디의 ‘뒤봐주기’ 금지를 가장 큰 룰 변화 중 하나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특히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 샷이나 퍼트 때 캐디의 얼라인먼트(타깃을 보고 정렬하는 동작) 도움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꽤 많은 캐디들이 선수 뒤에 서서 타깃 라인에 맞게 방향을 잡았는지 확인하고는 샷 직전에야 “OK” “좋아” 등의 구호와 함께 이동하고는 했다. 개정된 룰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2벌타를 받는다. 최신 룰 10조2항에 따르면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위한 스탠스를 취하기 시작할 때부터 스트로크를 마칠 때까지 캐디는 볼 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캐디 의존도가 높았던 선수들은 경기력에 영향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선수가 스탠스를 취한 뒤 캐디가 옆이나 대각선 방향에서 정렬을 위한 도움을 주는 것도 룰 위반일까. 새해 바뀐 룰에 대한 설명을 위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최진하(사진) KLPGA 경기위원장은 “볼의 직후방 연장선에만 머물지 않으면 된다. 개정된 룰의 의도는 에이밍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 플레이어 자신의 기술과 판단에 의지하라는 것인데 옆이나 대각선 방향은 정렬에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룰 위반은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퍼팅 그린에서의 룰은 조금 다르다. 캐디의 뒤봐주기가 어떤 의미에서는 일부 허용된다. 몇 번이고 뒤에 선 캐디와 이 라인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상의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이를 ‘시뮬레이션 허용’이라고 표현했다. 단 캐디를 뒤에 둔 상태로 그대로 스트로크해서는 안 되고 스탠스 자세를 한 번 풀었다가 다시 잡고 스트로크해야 한다. 물론 이때는 캐디가 뒤에 있으면 2벌타다.
최 위원장은 “벙커 안에서 모래 접촉은 여전히 대부분의 경우 금지된다는 것, 그린 위 스파이크 자국은 수리해도 되지만 자연에 의한 손상까지 개선해서는 안 되는 것, 페널티 구역에서의 구제 등이 개정 룰 중 선수들이 가장 헷갈려 할 만한 부분”이라며 “개정된 룰의 핵심 내용을 담은 책자를 나눠주는 한편 대회 전 선수단 전체교육과 그룹별 수시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룰 설명회는 4월 국내 개막전에 앞서 한두 차례 더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KLPGA 투어 소속 39명 등 총 108명이 출전한다. 지난 시즌 대상(MVP)·신인상 2관왕 최혜진(롯데)과 상금 3위 오지현(KB금융그룹), 다승 1위 이소영(롯데), 장타 1위 김아림(SBI저축은행)에 이어 일본 투어 통산 25승의 전미정(진로재팬)도 출사표를 던졌다. KLPGA 투어는 이 대회 후 다시 휴식기에 들어가며 4월 국내 개막전부터는 거의 매주 대회를 치르는 본격적인 투어 일정에 돌입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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