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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나와 타자들] 다원화 사회서 우익 포퓰리즘 이해하기

■이졸레 카림 지음, 민음사 펴냄





최근 우리 사회를 ‘혐오 사회’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동남아시아 출신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둔 아이들을 ‘다문화’라 부르며 무시하는가 하면, ‘김치녀’, ‘틀딱’ 등 여성과 노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용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책 ‘나와 타자들’은 바로 이러한 때에 한번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은 2018년 하노버 철학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스티븐 핑커, 레비츠키·지블렛과 나란히 ‘미래의 책’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인 저자 이졸데 카림은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타자를 혐오하고 변화를 거부하는지를 논의한다. 카림은 이러한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서 과거와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베네틱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인 민족 국가 개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족이란 개념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임에도 현실에서는 우리를 규정하는 강력한 개념으로 작동했다. 그냥 여성이기보다는 한국의 여성, 그냥 남성이기보다는 독일의 남성으로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강력한 민족 규정이 불과 20~30년 사이에 침식됐다고 주장한다. 민족주의적 국민국가에 동질성을 제공한 ‘민족’이라는 개념이 침식되면서, 동질성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시내 어디에서나 케밥집을 볼 수 있고, 텔레비전에는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나오고, 마트 계산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자주 마주친다. 단일 민족국가의 개념 혹은 동질성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현재 유럽이나 한국 등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인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동질성이 사라진 시대를 다원화 사회로 규정했다. 다원화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첫째는 소속의 변화이고 둘 째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 변화다. 다원화는 타인과의 관계를 바꾸고 우리 자신과의 관계 즉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방식도 변화시킨다. 마침내 민족이라는 형상의 침식을 촉진한다.

특히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설파하는 ‘우익 포퓰리즘’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다. 이들은 이미 사회가 다원화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결코 다원적이지 않은 민족이라는 환상’을 구성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며 다른 민족에 대한 배타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1만6,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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