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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이해충돌 대리전 된 리비아 사태





리비아 동부 거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LNA)의 최고사령관인 칼리파 하푸타르의 수도 트리폴리 진격으로 시작된 통합정부군(GNI)간의 충돌이 리비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사태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거대 군벌 수장의 수도 장악 욕심과 함께 리비아를 둘러싼 각국의 엇갈린 셈법이 더해지며 내전 위기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종교적 갈등에 기반한 주변 아랍국들과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해 아직까지는 침묵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물밑에서 리비아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 서방세계의 대리전이 리비아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BBC는 LNA가 트리폴리 외곽에서 GNI와 이와 연계된 민병대를 상대로 공습을 했고 리비아 정부군도 ‘분노의 화산’(Volcano of Rage)이라고 이름 붙인 반격작전을 시작하는 등 군사적 충돌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연합(UN)이 민간인과 사상자 후송을 위해 2시간여 정도의 휴전을 요청했지만 전투는 치열하게 진행됐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충돌로 사흘간 양측에서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자 미국과 인도가 리비아 주둔 병력 일부를 일시적으로 철수시켰고, 다국적 석유 기업 직원들도 리비아를 속히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리비아 사태가 내전 위기 까지 몰리는 등 격화되는 가운데 외신들은 리비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 앞으로의 리비아의 상황은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수단과 이집트는 물론 인근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더 나아가 터키 등은 서로 상반된 이슬람주의 성향에 따라 리비아 사태의 외부 개입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유엔이 지원하고 있는 통합정부 측은 카타르와 수단과 터키 등이 주도하는 무슬림 형제단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반대하면서 반(反)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는 하푸타르를 지원해 왔다. 이집트와 UAE의 경우 전투기를 동원에 리비아 내 이슬람 무장단체를 공습하기도 했었다. 하푸타르 사령관도 트리폴리 진격 선언 직전 사우디를 방문해 살만 국왕과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은 선거 등을 통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부 구성을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UAE와 사우디 등 중동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왕국 국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정치적 질서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고, 하푸타르를 지원하며 리비아를 분열 시켜왔다.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 국민군(LNA).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서방 국가들도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상당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어 사태를 키울 잠재적인 불안요소로 꼽힌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경우 유럽 난민과 테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리비아를 지원 해왔다. 리비아는 지리적으로 난민들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난민을 막기 위해 하푸타르 등 군벌 들에게 상당한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벵가지 인근에서 추락한 헬기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원 3명이 사망하면서 프랑스가 비밀리에 리비아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통합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한쪽으로는 LNA의 중심도시인 벵가지에 중앙정보국(CIA)의 기지를 설립하도록 도움을 준 하푸타르와도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하푸타르의 끈을 잡고 있는 것은 리비아가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기 때문”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미국 내 물가를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푸타르 사령관이 리비아의 중요 석유시설을 확보한 뒤 생산량을 늘린 것은 물론 테러와의 전쟁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미국에 호의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리비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NYT는 “아랍국가와 유럽 국가 등 리비아 주변국들이 각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며 “리비아 사태 확대를 피하려면 미국은 하푸타르에 대한 공개 비판은 물론 유엔과 함께 제재를 가하는 등 분명한 외교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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