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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국민봉사가 나라를 고친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양극화 심해지며 분열되는 美

사회봉사 프로그램 활성화가

'하나의 국가' 만들기 기여할것





이제 졸업시즌이다.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대학 졸업생들 앞에는 더할 나위 없는 경제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요동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견고한 발판 위에 서 있다. 미국 경제는 120개월째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그 어디에도 거품붕괴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실업률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은 진정됐으며 임금도 마침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마도 생산성의 증가일 터다. 이런 추세 가운데 일부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나 모든 경제지표들이 대단히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양호한 경제 수치들은 ‘성장의 지리학’과 관련한 또 다른 수치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지난주에 나는 영광스럽게도 오하이오주립대 졸업식 연사로 초청을 받았다. 졸업식장에서 나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졸업생들이 무난히 취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것도 도시에서 말이다.

브루킹스인스티튜션의 마크 무로는 지난 10년에 걸쳐 미국의 53개 대도시가 전체 인구 증가의 71%, 일자리 증가의 3분의2, 경제성장의 4분의3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늘어난 전체 일자리 가운데 절반은 20개 대도시에 집중됐다. 반면 전국 소도시 및 지방의 인구는 줄었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 경제의 전반적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프래킹(fracking) 산업 붐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했을 터다.

의회합동경제위원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추세들에 대한 경고를 던졌다. 교육을 받은 지방의 젊은이들이 기회를 찾아 대도시로 몰리고 이에 따른 두뇌유출이 낙후지역의 성장을 억누르면서 지방 인재들의 이탈이 가속화된다는 경고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는 나선형으로 확대되고 지방은 축소되는 고전적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중 트랙 경제는 이중 트랙 문화를 만들어냈다. 도시인들과 지방 주민들은 그들만의 뉴스·엔터테인먼트와 소비재를 지닌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거주한다.

오래된 햄버거 체인 ‘아비스(Arby’s)’의 고객과 스타벅스 단골은 의심과 불신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이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정치에 관해 심각한 의견 불일치를 보이는데 이런 추세는 워싱턴에 그대로 반영된다. 표결기록을 기준 삼아 보면 의회는 남북전쟁 직후의 재건시대 당시보다 훨씬 양극화된 상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경제 추세는 설명하기 쉽다. 모든 것이 디지털 혁명 및 세계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쓰는 정신노동에는 보다 높은 가치가 부여되고 육체노동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가 주어진다. 문화적 추세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발흥 및 다문화사회와 이민에 대한 반발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이런 추세들은 지속성을 보이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업무 자동화가 판에 박은 비숙련작업을 쓸모없게 만들면서 앞으로 더욱 강화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국을 해체하는 다양한 힘을 목격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분열된 국가를 하나로 뭉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질문이 됐다.

내가 점차 끌리고 있는 한 가지 대답은 국민봉사(national service)다. 국민봉사는 점점 커지는 미국의 방대한 간극을 이어줄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나는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피트 버티기그와 존 딜레이니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에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6년 대선전에서 국민봉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은 말뿐이었지만 자신은 이를 보강하기 위해 대단한 일들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일단 백악관에 입성하자 그는 국민봉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예산 삭감을 시도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고안된 여러 가지 국민봉사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학비 융자금 탕감과 학비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자발적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기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으면서 현행 국민봉사 프로그램의 규모를 확대해 100만명의 신규 자원봉사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소요 경비의 4배에 달하는 사회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아메리코(AmeriCorps)와 같은 프로그램은 졸업생들 사이에서 놀랄 만큼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졸업생들의 94%는 상이한 커뮤니티들에 대한 이해가 증진됐다고 답했고 80%는 그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92년에 발간된 ‘평등의 종말(The End of Equality)’에서 저자인 미키 카우스가 지적했듯 미국 최대 거부의 상속자이자 명문 보딩스쿨 초트와 하버드대 졸업생인 존 F 케네디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해 초계 어뢰정 PT보트 정장으로 기계공·공장노동자·트럭운전기사와 어부 출신 전우들과 함께 복무했다. 오늘날의 미국에서 헤지펀드 매니저와 하이테크 갑부, 금융업자의 자녀들이 광부와 농부의 자녀들과 어울려 1년간 공립학교나 국립공원 혹은 군대에서 함께 일하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국민봉사가 미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를 하나의 국가로 합치는 데 기여할 수는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내딛어야 할 결정적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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