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CSV 전자담배 전쟁’, 쥴(JUUL)이 쏘아올린 5가지 논란

지난달 24일 정식 판매를 시작한 폐쇄형 시스템 전자담배 쥴(JUUL)./연합뉴스




지난달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쥴(JUUL)이 국내 정식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담배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쥴은 판매를 시작한 지 약 일주일 만에 GS25·세븐일레븐 등 일부 편의점을 중심으로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죠. 쥴에 이어 KT&G의 ‘릴 베이퍼’, 하카코리아의 ‘하카시그니처’ 등 후발주자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며 새로운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뜨거운 관심과는 별개로 신종 전자담배가 가져올 부정적 후폭풍은 생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금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보건당국의 걱정이 큰데요. 도대체 쥴의 어떤 점이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걸까요.

/사진=줄랩스코리아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쥴’이 어떤 담배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쥴은 ‘폐쇄형 시스템(Closed System Vaporizer·CSV)’ 전자담배로 분류되는데요. CSV 전자담배란 액상을 끓여 그 수증기를 흡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와 비슷한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팟(POD)’이라는 폐쇄된 카트리지에 액상을 담아 새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와 차이를 보이는 것이죠. CSV 시스템을 도입한 쥴은 이미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쥴은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5%를 장악한 절대 강자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20억 달러(2조3,872억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쥴은 특히 미국의 18~20대 초반 성인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쥴을 피운다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 ‘쥴링(JUULing)’이 탄생했다는 점이 인기의 증거죠. USB 디자인의 외관과 담배향이 나지 않는 점 때문에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가리지 않고 더욱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쥴이 가져올 첫 번째 논란이 숨겨져 있습니다.

쥴을 피운다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 ‘쥴링(JUULing)’으로 검색된 사진들./사진=인스타그램


■첫 번째 논란 : 작고 귀여운 모습…‘입문 담배’ 역할 하나

쥴의 성장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의 역할이 컸습니다. SNS를 타고 쥴을 사용하는 사진과 영상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퍼졌고 유행이 됐죠.

쥴의 인기는 청소년 흡연이라는 사회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미국질병예방관리센터(CDC)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1년간 전자담배 이용 경험이 있는 고등학생 비중이 75% 증가했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고등학생 수의 2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쥴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미국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해마다 감소세를 기록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흡연율이 반전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죠. 실제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지난 2011년 12.1%에서 2013년 10% 아래로 떨어진 이래 2016년 6.3%를 기록하는 등 한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조·판매사인 쥴랩스 측은 “한국에서는 청소년 흡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SNS 마케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쥴이) 미국에서 마케팅 비용의 절반 이상을 SNS에 쏟아 부었는데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앞으로 모니터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논란 :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데…믿을 수 있나.

CSV전자담배를 선택하는 흡연자들의 대다수는 일반 담배보다 CSV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이유를 듭니다. 쥴랩스 측도 자신들의 상품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에서 나오는 양의 20분의 1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를 앞세우며 흡연 대체 효과를 홍보하고 있죠.



하지만 쥴이 인체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지난 2월 조셉 알렌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하는 향료 성분이 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쥴이 폐염증과 활성산소를 발생시킨다”며 제조사의 설명을 반박하고 나섰죠. 연구팀은 쥴의 향료가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기도의 섬모에 악영향을 미쳐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폐 기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 번째 논란 : 현저하게 낮은 세금으로 인한 형평성 논란

담배 값의 대부분은 세금입니다. 일반담배 20개비(1갑)에는 담배소비세와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이 총 3,323원 붙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3,004원의 세금이 붙죠. 반면 쥴, 릴 베이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1,670원(0.7㎖)의 세금이 매겨지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중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자담배용 액상을 구매할 때 니코틴이 포함된 용액 1ml당 부가세를 제외하고 1,799원의 제세 부담금이 부과됩니다. 여기에 담배소비세 628원과 지방교육세 276원, 개별소비세 370원, 국민건강증진기금 525원 등이 포함되는 것이죠. 쥴의 경우 팟(액상이 들어 있는 1회용 카트리지) 하나에 들어있는 액상의 양은 0.7ml입니다. 따라서 1,260원이 과세되며 여기에 부가가치세 409원과 환경부담금 1원이 더해지면 총 1,670원 정도를 내게 되는 것이죠. 같은 가격의 일반 담배에 비해 납부하는 세금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 번째 논란 : 선택지 다양해지면서 금연 열기 해칠까

지난해 전체 담배 판매량은 34억 7,100만 갑으로 전년도 35억 2,300만 갑에 비해 1.5% 감소했습니다. 흡연율도 2017년 기준 22.3%까지 내려왔습니다. 10년 전인 1998년 35.1%에 비해 약 13%포인트 정도 낮아진 수치죠.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하는 국가 흡연율 또한 22.3%로 꾸준히 낮아져 왔습니다. 담뱃세 인상 등 정부의 금연정책과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판매량 감소에 한몫 한 것이죠. 하지만 쥴, 릴베이퍼 등의 출시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흡연율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 안으로 일본의 죠즈사의 ‘죠즈20’ 등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또 국가 흡연율 통계에 반영되는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전자담배 영역이 빠져있었는데 올해부터 추가 될 예정입니다. 때문에 통계적인 흡연율 수치는 높은 확률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 회장은 “흡연율이 떨어지고 있어 담배 피는 데 부담을 느끼던 사람들이 (신종 전자담배의 출현과 흡연율 상승이라는) 교란이 발생할 경우에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인터넷 중고장터에 올라온 쥴 ‘공팟’과 ‘호환팟’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사진=인터넷 중고장터 캡처


■다섯 번째 논란 : 니코틴 농도 규제 ‘호환팟’으로 보완… 흡연자 더 열광할까

쥴이 출시되자마자 여러 후기가 쏟아졌는데, 가장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니코틴 함량 부분이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쥴 팟의 니코틴 함량은 1.7%, 3%, 5% 등 3가지이지만 국내에서는 유해물질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됐거든요. 이 때문에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목 넘김을 뜻하는 ‘타격감’이 줄어들어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후기가 잇따랐습니다. 실제 업계에서는 “애초에 쥴은 (니코틴) 농도를 높여서 담배 같은 만족감을 줬던 것인데 우리나라 들어올 때는 낮게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안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쥴과 호환되는 팟들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비어있는 팟에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에 쓰이던 액상을 주입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는데, 이 경우 니코틴 양을 조절해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쥴의 단점이 보완되는 것이죠. 정부 당국의 규제를 우회하는 호환 팟의 출현에 업계는 물론 금연운동가들도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지속적으로 줄어왔습니다. 하지만 일반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CSV 전자담배까지 담배 업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진화의 속도만큼 국민의 건강이 위협 받고 있습니다. 금연당국이 연이은 신종 담배의 출현에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등 더 높은 제재를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지만 다소 역부족으로 보이는 것은 그저 제 생각일까요. 새롭게 달라지고 있는 담배 시장에 발맞춘 기발한 정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활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