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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의 똑똑!일본]정치에 바랄 게 없어서 아베?

⑪ 日청년들은 왜 아베 내각을 지지할까

아사히 "정치 무관심 속 변화 기피" 분석

"현상유지가 방해 안받고 차라리 속편해"

학원 스캔들·관료 실언 등에도 高 지지율

"정치·세상 바꾸는 건 개인의 의식" 지적

아베 신조 일본 총리/EPA 연합뉴스




“정치가 도와주는 건 없다. 그러니 (집권당이) 안 바뀌는 게 낫다.”

최근 아사히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이달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왜 높을까’를 분석한 내용이다. 신문이 발견한 ‘이유’는 간단했다. 하나, 정치에 기대할 것은 하나 없다. 둘, 그러니 그럭저럭 살만한 지금 이 상태를 현상 유지하는 게 여러모로 속 편하다. 결국, 아베 정권이 ‘잘하고 있다’는 쪽보다는 ‘뭔가 바뀌어 지금의 안정 상태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소극적인 이유가 지지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연령별 아베 내각 지지율 추이/그래픽=아사히신문 비고: 파란선=18~29세 남성, 파란 점선=30대 남성, 회색선=남녀 전체


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는 18~39세 남성층에서 두드러진다. 아사히 신문의 최근 3년 치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18~29세 남성의 지지율은 57.5%, 30대 남성은 52.8%였다. 전체 지지율(남녀, 연령층 합계) 42.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핵심 관료나 의원의 실언은 물론이요, 아베 내각의 최대 위기였던 학원 스캔들(아베 정권이 특정 사학재단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높은 지지를 받아온 것은 ‘자랑거리’라기보다는 ‘정치 무관심·불신’이라는 부끄러운 현실의 방증인 셈이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젊은 남성들의 답변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뭔가 바뀌어서 지금보다 나빠지는 거라면 변하지 않는 게 나아요. 그래서 굳이 선택하라면 자민당인 거죠.” “정치가 도와주는 건 없어요. 현상유지가 차라리 방해받지 않고 좋아요.”

‘내 삶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방해만 말아다오.’ 일본 젊은 층의 이 같은 생각은 현상 유지 성격의 ‘자민당 지지’, 그리고 ‘자민당 지지 속 투표 불참’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아베 내각의 지지 기반을 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효과와 이에 따른 높은 취업률의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가장 정치적 무관심이 크다는 청년층이 현 내각의 핵심 지지층인 아이러니한 상황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일본 TBS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 ‘우에다 신야의 토요일 저널’의 진행자 우에다 신야/사진=TBS홈페이지 캡처


최근 일본의 시사 방송 프로그램 ‘우에다 신야의 토요일 저널’이 종영했다. 2017년 4월 시작한 이 방송은 매주 화제가 된 뉴스를 선정해 그 기사의 배경과 해설을 전달해 왔다. 참고로 첫회 주제는 모리토모 학원. 이 사건은 사학재단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과정에 아베 총리 부부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아베 총리의 대국민 사과로까지 이어진 초대형 스캔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우에다 신야는 최종회 마지막에 70여 초간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개개인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게 정말 중요한 시대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저는 방송에서 언제나 당연한 말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이 당연한 말을 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건강한 세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정치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입니다.”
/도쿄=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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