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22일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한 후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 데 이어 25일(현지시간)에도 “한국 방어를 복잡하게 하고 주한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지소미아 파기를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미군에 대한 위험이나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본다는 뜻이다. 미국이 거듭 ‘실망’을 강조한 것은 앞으로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늬뿐인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나는 그것을 완전한 돈 낭비라 생각한다”고까지 했을 정도다. 지소미아 파기가 결국 한미 간의 틈을 벌리고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책 ‘공포’에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에 35억달러나 쓸 이유가 있느냐. 철수시켜라”라고 한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언젠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대응에서 엇박자를 낸 데 이어 한미연합훈련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지소미아마저 파기했으니 앞으로 방위비 협상에서도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가뜩이나 한국 정부를 못 미더워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빼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라도 오면 어떻게 안보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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