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설 사이 영과 홈런 전설 베이브 루스는 알고 있을까, 올해 사이영상(최고투수상)과 홈런왕이 누구일지.
3일(한국시간) 현재 팀당 20여 경기만 남긴 시즌 막바지인데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이영상과 홈런왕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으로 정리되나 싶던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레이스는 류현진의 최근 부진과 경쟁자들의 약진에 3파전 또는 그 이상으로 확전된 분위기다. MLB 전체 홈런 1위 다툼도 좀처럼 후보군을 좁히기 힘들다. 코디 벨린저(다저스)가 44홈런으로 단독 선두지만 무려 3명이 1개 차이로 뒤따르고 있고 에우제니오 수아레스(신시내티)도 40개로 선두권을 압박하고 있다.
◇류현진은 탈삼진, 디그롬은 승수, 셔저는 이닝이 약점=12승5패, 평균자책점 2.35의 류현진은 탈삼진 137개로 214개(2위)의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 200개(4위)의 맥스 셔저(워싱턴)에게 크게 밀린다. 평균자책이 압도적이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적은 탈삼진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 류현진은 이닝당 출루허용(WHIP) 1.023으로 1.016인 셔저에게 뒤지고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bWAR)도 4.5로 5.5의 셔저, 5.4의 디그롬에 못 미친다. 수비무관 평균자책(FIP) 또한 3.17로 2.22의 셔저, 2.77의 디그롬보다 못하다. 구장 특성 등을 반영한 조정 평균자책(ERA+) 역시 177로 188의 셔저보다 낮다. 여전히 MLB 전체 평균자책 1위를 지키는 류현진은 남은 등판에서 경쟁자들과의 평균자책 격차를 멀찍이 벌려놓아야 기자들의 표심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그롬은 8승8패, 평균자책 2.66의 성적으로 사이영상 2연패에 도전한다. 지난해는 10승(9패, 평균자책 1.70)만으로 수상해 역대 사이영상 선발투수 중 최저 승수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2년 연속으로 승수 가치를 사실상 무시하는 데 기자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평균자책 등 다른 기록이 워낙 뛰어났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 16승5패, 평균자책 3.47의 다승 1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가 디그롬에 앞서 탈삼진 1위(215개), 이닝 소화 1위(179이닝)를 달리고 있다.
디그롬은 4일 오전8시5분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 셔저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과거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셔저는 9승5패, 평균자책 2.46으로 네 번째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등 부상으로 7·8월에 4경기밖에 던지지 못한 탓에 소화 이닝이 142와3분의2이닝에 불과하다. 부상 복귀 후 세 번째 등판인 4일 경기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최근 3경기 평균자책이 11.05일 정도로 흔들리고 있는 류현진은 볼 배합을 점검해 5일 오전11시10분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 출격한다. 류현진과 디그롬, 셔저가 모두 등판하는 이번주가 사이영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지 모른다.
◇18년 만에 50홈런 4명 탄생하나=한 시즌에 50홈런 타자가 4명이나 배출된 것은 지난 2001년(배리 본즈·새미 소사·루이스 곤살레스·알렉스 로드리게스)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약물 복용이 만연했던 시대라 올해 홈런 레이스가 더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 44개의 벨린저와 43개의 크리스천 옐리치(밀워키), 마이크 트라우트(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피트 알론소(메츠)가 동시에 5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8경기 6홈런의 무서운 기세로 40홈런 고지를 밟은 수아레스 또한 가능성이 있다.
옐리치가 3일 휴스턴전에서 시즌 43호 포를 쏴 올리자 몇 시간 뒤 벨린저는 콜로라도를 상대로 44호째를 터뜨렸다. 하지만 다저스는 22경기만 남았고 밀워키는 25경기가 남아 있어 벨린저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옐리치와 벨린저는 NL 최우수선수(MVP)를 다투는 사이다. 26도루의 옐리치는 50홈런-30도루에도 도전하고 있다. 달성하면 MLB 역사상 최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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