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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 "베토벤 음악은 실존적 문제 다뤄… 마지막엔 항상 희망을 전해주죠"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쉬프 11월 내한

열정적 관객 가득찬 韓공연 즐거워

'베토벤 해석 권위자' 수식어보단

작곡가의 충실한 종으로 기억되길

안드라스 쉬프.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안드라스 쉬프. /사진제공=Joanna Bergin·마스트미디어


“베토벤 음악은 실존적인 문제들을 다룹니다. 베토벤 인생 자체도 질병을 비롯한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의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토벤 음악이 담고 있는 최후의 메시지가 항상 낙관적이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베토벤 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는 최근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베토벤 음악의 매력을 이렇게 평했다. 쉬프는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오케스트라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함께 베토벤 전곡 프로젝트 월드투어를 펼친다. 내한 공연을 앞둔 소감에 대해 그는 “열정적인 젊은 관객들로 꽉 찬 한국의 공연장에 돌아온 것이 매우 즐겁고 기대되는 일”이라며 “지난 모든 한국에서의 공연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쉬프는 오는 11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3·4번을, 13일 아트센터인천에서 피아노 협주곡 1번과 5번 ‘황제’를 연주한다. 쉬프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그의 초기와 중기에 작곡된 작품들”이라며 “작품 활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인 후기에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지 않았지만 마치 그의 명함과도 같다”고 평가했다.

195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쉬프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90여 장이 넘는 디스코그래피를 보유하고 있는 쉬프는 그래미상 최우수 클래식 독주 부문상과 앨범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부터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20여 개 이상의 도시에서 선보이면서 베토벤 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베토벤 곡을 연주하지는 않았다”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작품번호 28번, 109번 같이 매우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곡들도 있었지만 열정소나타를 포함한 다른 작품들은 매우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연주할 때마다 다소 다른 느낌이 든다”고 베토벤의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쉬프는 1999년 오케스트라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를 직접 창단한 지휘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오케스트라와 아시아에서 동반 투어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쉬프는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나에게 가족과 같은 오케스트라”라며 “우정을 기반으로 한 연주단체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는 것을 즐겨야만 한다. 대부분의 단원들은 나이가 많고 원숙한 연주자들이지만 마음만은 젊고 풋풋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실내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항상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연주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 동시에 활동하는 그는 “지휘를 시작한 것이 피아노 연주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작품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고 깊은 보다 깊은 지식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붙는 수식어인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베토벤 해석의 최고 권위자’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쉬프는 “그러한 수식어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단지 좋은 연주자나 위대한 작곡가들의 충실한 종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안드라스 쉬프. /사진제공=Priska Ketterer·마스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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