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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진짜 '미쳐 날뛰는 자'는 누구인가

한영일 사회부장

조국 사태로 민심·정치 두동강

쏟아진 의혹에 국민 극도 피로감

검찰 겨냥한 무차별 막말공격은

결국 대통령 용인술 비난하는 꼴





결국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한 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숱한 의혹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 조국을 선택했다. 하지만 민심과 정치는 두 동강 났고 청와대와 검찰은 마주 선 기차처럼 직진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조국’인지도 실종됐다. 조국(祖國)을 위한 검찰개혁인지, 검찰개혁을 위한 조국(曺國)인지도 분간하기 힘들다. 조 장관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인사의 목적은 희석되고 불분명해진 난마(亂麻)가 되고 말았다.

앞으로 정국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며칠 뒤 추석 밥상에 ‘조국’이 올라갈 것임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에서 청와대와 여당, 야당, 그리고 검찰 가운데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반 국민은 이제 쏟아진 의혹의 진실 여부를 제쳐놓고 ‘지겹다’ ‘조국 얘기만 들어도 짜증 난다’는 피로감마저 토로한다.

건곤일척의 싸움에서 승자는 안갯속이지만 패배자가 누구일지는 명확해지고 있다. 바로 청와대와 여당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원칙을 저버린 탓이다. 최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조 장관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서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조직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부었다.

시계추를 40여일 전으로 되돌려보자. 윤 총장 임명을 놓고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하며 ‘윤석열만 한 사람 없다’ ‘역대 누구보다 적합한 후보자’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공언했다. 공정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검찰을 제대로 이끌 ‘돌아온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며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고 권력부패도 막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여름에 쏟아낸 뜨거운 칭송은 초가을이 되자 갑자기 차가운 비난으로 둔갑했다. 정작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검찰이 칼날을 겨누자 청와대와 여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꾸고 자신의 혀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여당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 ‘정치 검찰’ ‘실패한 검찰총장’ ‘검찰 쿠데타’ ‘항명’ 등 극도의 거친 표현으로 검찰을 공격하고 있다. 급기야 한 청와대 선임 행정관은 “미쳐 날뛰는 늑대”라며 일반인들도 입에 담기 힘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또 다른 청와대 비서관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 장관 부인의 항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대로 올렸다. 상식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작태다. 이쯤 되면 청와대의 기강은 어디 갔고 진짜 ‘미쳐 날뛰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쓰면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윤 총장을 겨냥한 청와대와 여권의 화살은 결국 그들의 주군인 문 대통령의 ‘용인술’에 대한 비판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애당초 사람을 잘못 고른 무능함에 대한 질타든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마음이 바뀌는 불신에 대한 방증으로 이어지는 ‘자가당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생어구(禍生於口). 모든 화는 혀끝에서 나온다. 이번에 조 장관이 결정적으로 민심을 잃은 이유 중 하나다. 그가 지난 시기 내뱉어놓은 수많은 ‘옳은 말’들이 정작 그의 행동과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 특히 ‘공정’에 민감한 1990년대생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조 장관이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지자 초반에 텀블러를 들고 가방을 둘러맨 가벼운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며칠 뒤에서야 서류철과 서류 가방으로 바꾼 모습만 봐도 그가 처음부터 대중이 무엇에 분노했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조국 수호’에 나선 청와대와 여당 내 일부 광인(狂人)들 역시 그들의 혀가 만들어낸 독설이 또 다른 화를 잉태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돌고 도는 게 세상이다./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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