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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잘못가고 있는 길, 그때 알려줬더라면

조종태 광주고검 차장검사





검찰에서 근무한 지 20년을 훌쩍 넘겼다. 수많은 비판과 비난 때로는 모욕과 질시의 대상으로 지내는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검찰권 행사가 정치적 논쟁이나 편파수사 논란에 휘말려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검사들의 개인적 비리로 인한 것들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 국민은 더 허탈해하고 분노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 비리가 언론에 크게 보도됐을 때 같이 근무했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때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 사람 언젠가 일낼 줄 알았다’ ‘만약에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대상자는 반드시 그 사람 일것이라고 생각했었다’는 등등. 내용을 대충 얘기만 해도 알만 한 큰 사건들의 경우에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그 검사와 가깝게 생활한 사람들은 이미 그 사람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검사의 비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심지어 구속까지 되면 개인은 물론 검찰조직까지 큰 상처를 입는다. 어렵게 쌓아올린 국민 신뢰의 끈이 다시 끊어지고 심한 경우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직자로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그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초기에 당사자에게 알려 고치게 해줬더라면 불상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검사들의 잘못된 습관은 초기에 만들어지기 쉽다. 초임 시절 밤낮없이 일하고 수사하면서 누구를 마주하든지 ‘묻고 따지는’ 검사의 직업병이 생긴다. 곧이어 계속된 지방 근무에서는 ‘검사’를 떠받드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겉멋이 들고 허세에 젖을 가능성이 있다.

나도 통영에서 근무하던 검사생활 3~4년 차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눈빛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몰랐다.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다행히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그대로 지내는 검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려주고 스스로 고칠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검사 개인도 살고 검찰조직도 살고 국민에게도 유익한 길이다.

대검찰청에서 검찰개혁위원회 관련 업무를 하면서 검사 개인에 대한 평가내용을 당사자에게 알려주는 제도 도입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 이후 실제로 일부 내용은 제도화돼 시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당사자에게 알려주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상사의 평가내용이나 감찰 세평 중에서 나중에 크게 문제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찾아 반드시 이를 알려줘야 한다.

개인에 대한 평가나 세평자료를 인사자료나 감찰자료로만 보존할 것이 아니라 바른길을 가는 데 활용한다면 더 의미가 크지 않을까.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경미한 작은 사고와 징후들이 감지된다는 말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중대 범죄자 중에는 어린 시절 작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아무도 호되게 야단쳐주지 않아 그것이 잘못인 줄 몰랐다며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

검사의 칼은 참으로 무섭고 위험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검사들이 그런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절제하도록 만드는 것은 선배들의 의무다. 더 이상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이 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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