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명성교회 부자(父子)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를 두고 한국 대형교회에서 만연한 세습 관행에 면죄부를 줬다는 교회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장 통합 교단은 26일 경북 포항 기쁨의 교회에서 열린 제104회 정기총회에서 안건으로 올라온 ‘명성교회 수습안’을 최종 의결했다.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오는 2021년 1월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거수로 진행한 표결에서 참석 총대 1,204명 가운데 920명(76.4%)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명성교회는 2021년 1월1일 이후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게 됐다. 김하나 목사가 청빙되기 전까지는 서울동남노회에서 파송하는 임시당회장이 교회 운영을 책임지게 된다. 특히 수습안에는 이번 합의가 법을 초월해 이뤄졌기 때문에 누구도 교단 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근거해 고소·고발·소제기·기소제기 등 일절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다만 교단은 명성교회 측이 2017년 3월 추진한 김하나 목사의 청빙은 교단 헌법상의 목회직 세습을 금지한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선언한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 총회장인 김태영 목사는 “수습안은 법을 초월한 면이 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만든 안이다. 비난을 무릅쓰고 큰 합의를 오늘 아침에 이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 개신교계에서는 외적으로는 교단 헌법을 왜곡해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를 단죄했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을 조건부로 승인하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등록 교인이 10만명으로 교단 내 최대교회를 붙잡기 위해 세습을 금지한 교단 헌법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것이다.
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결정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고 한국 교회의 심각한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명성교회의 금권과 위세에 굴복해 교단 헌법을 부정하고 절차법을 무시한 예장통합 총회는 즉각 결의를 철회하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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