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초동 야단법석]검찰 영장청구·소환조사 몽땅 비공개 되나…수사 전 과정 ‘깜깜이’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안에 제정' 밝힌 검찰 공보 관련 법안 살펴보니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등 관계자들의 출석 일시, 귀가 시간 등 소환조사 관련 사실을 전면 비공개하는 법령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애초에 공개소환에 의한 피의자 인격권·초상권 침해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된 방안이지만 앞으로는 피의자들의 검찰 조사 여부 자체를 확인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 법무부는 소환조사뿐 아니라 수사 착수부터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수사 전 단계에 걸쳐서 오보가 나온 뒤에만 공보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이러한 법령들이 제정되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이라도 검찰 수사 전 단계를 외부에서 알 수 없게 된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 법정주의를 철저히 적용하는 차원에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유죄 심증을 굳힐 정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이들 법안이 초안이며 의견 수렴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22일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난주 정부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검찰 개혁방안을 국민께 이미 보고드렸습니다”라며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어 그 사이 초안에서 얼마나 변경될지 미지수다.

26일 법무부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입법예고했던 ‘인권보호수사규칙’(법무부령)을 살펴보면 검찰 수사 중 사건관계인이 검찰청에 출석하는 날짜, 귀가 시간 등 조사 관련 사항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경우는 ‘사건관계인이 명시적으로 공개에 동의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 구체적인 범위 및 절차는 법무부 훈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검찰에서 사건관계인이 조사받기 전은 물론이고 조사받은 후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 법령이 제정되면 앞으로는 검찰은 누구를 언제 조사했는지에 대해서 언론 취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조국 전 법무무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여러 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것과 같은 사실은 앞으로는 알려지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은 소환조사 사실 비공개 규정은 법무부가 이달 중 제정 계획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법무부훈령) 초안에 담길 예정이었다. 그런데 입법예고한 인권보호수사규칙을 보니 관련 규정을 삽입한 것이다. 앞서 조 전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로드맵 ‘검찰개혁 추진계획’에는 인권보호수사규칙에 장시간조사, 심야조사, 부당한 별건 조사 금지 규정 등이 담긴다고만 했다. 이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보다 상위 법령에 관련 규정을 넣어 구속력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소환조사가 이뤄진 후에도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 국민의 알 권리에 배치되지 않는지 공론장에서 더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애초에 이 방안은 포토라인에서 피의자 인격권·초상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소환을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추진됐는데, 소환 사실 자체가 아예 베일에 싸이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대검찰청에서 자체개혁안으로 발표한 ‘공개소환 폐지’도 소환조사 사실을 미리 공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지 소환조사 진행 상황을 아예 공개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다.

이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검찰 수사의 진행 전 단계에 대한 공보를 사실상 제한하는 법령도 추진하고 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초안을 살펴보면 기소 전 사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사유로 ‘중대한 오보가 실재하여 신속하게 그 진상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든다.

이는 현행과는 차이가 크다. 현재 검찰 수사 공보에 적용되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법무부훈령)에서는 ‘사건관계인의 명예 또는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거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수사 단계별 정보를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공개 가능 정보에는 수사 착수에 해당하는 수사의뢰와 고소·고발, 본격적인 수사 단계인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조사, 체포·구속, 현장검증 등과 관련한 대상자·죄명·일시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현재 검찰은 언론사가 이러한 정보와 관련해 취재한 사실이 맞는지 문의하면 이에 응대해왔다. 또한 관련된 정보가 한 언론사에서 보도되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단에 사실을 공개했다. 즉 지금까지는 오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수사 단계별 정보를 알릴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오보가 나온 뒤에 그것을 바로잡는 정보만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초안에선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가 승인한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수사 착수 관련 사실과 대상자, 죄명만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 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사실을 확인해주는 사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시기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범죄 피해 확산 및 동종 범죄 발생 우려,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협, 범인 검거 등 국민 협조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상자와 죄명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현재 법령과 동일하다. 즉 이에 해당하지 않는 형사사건의 경우는 사실상 검찰 수사 전 단계에서 진행 사항을 알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초안이 그대로 제정되면 부패범죄나 공직자범죄 등에서 국민적 의혹을 받는 경우에도 검찰 전 단계에 있어서 누가 어떤 죄명으로 수사받는지 확인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방안이 국민의 알 권리와 배치되지는 않는지, 언론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켜 ‘깜깜이’ ‘봐주기’ 수사 여지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나온다.

또 애초에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한 지적은 구체적인 범죄혐의사실이 알려지는 데에 집중됐는데, 범죄혐의사실 공개를 막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까지 완전히 감추는 것은 과도한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맞지만, 살아있는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무죄추정원칙, 인권, 명예 등을 감안하면 유명무실화된 피의사실 공표금지를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의자의 신분이나 범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만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면 주요 정치인, 재벌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방식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할 것인지는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국민 권리' 핑계대며 인권수사규칙 예고 생략한 법무부
‘조국표’ 검찰개혁 일환인 인권보호수사규칙 입법예고가 나흘로 단축된 이유가 법무부가 이를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입법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로 봤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적 관심이 많은 중요 피의자에 대해 공개소환 등이 관례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수사규칙 입법예고가 ‘긴급’을 요하는 사안인 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국민의 알 권리나 국민 생활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 관련 법무부령을 졸속으로 제정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법제처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 전 장관이 사임한 다음날인 지난 15일 관보를 통해 ‘인권보호수사규칙(안)’을 18일까지 4일간 입법예고했다. 통상 40일 기간을 가지는 것을 행정절차법을 근거로 단축한 것이다. 총 4장 82조항으로 구성된 수사규칙은 조 전 장관이 앞서 발표한 공개소환 금지, 장기간·심야조사 금지 등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입법예고 기간을 협의하며 수사규칙이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생략가능 사유 중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로 입법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다.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생략가능 사유에는 이외에도 △입법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 △상위 법령 등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 △단순한 표현·자구를 변경하는 경우 등이 있다. 바꿔 말하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입법예고를 생략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사규칙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기간을 가졌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규칙은 기존 법무부훈령으로 시행 중이던 인권보호수사준칙을 규칙으로 상향하면서 심야조사·장기간조사 제한,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출석조사 최소화 등 수사관행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

특히 8절 ‘수사상황의 공개’ 부분에는 형사사건 내용 공개금지의 범위를 ‘수사 또는 내사를 종결한 범죄사건’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시에 제정 추진 중인 법무부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과 결합하면 앞으로는 수사가 종결돼 기소·불기소 등 처분이 완료된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언론의 감시기능이 약화돼 ‘밀실수사’에 대한 견제방법이 없어지고, 결국 국민의 알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의 경우 법제처와 협의를 통해 정했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검찰개혁 일환으로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이달 내 제정하겠다고 못박았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