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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3종 세트’ 도입한 2006년, GDP 4.5% 늘 때 집값 18%↑

■20년 통계로 본 규제의 역설

서울 전세시장도 규제땐 '불안'

자율화 시행 2003~2007년 1.4%↑

옥좼던 2008~2014년엔 3.8%↑

"분양가풀고 재개발 활성화 해야

주택시장 안정" 전문가들 제언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펼 때마다 집값이 더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 등 활성화 기조를 유지할 때 서울 집값은 경제지표 성장률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등락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1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주택산업연구원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효과와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을 억누르는 규제정책이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2006년에는 규제가 집값을 더욱 자극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했으며 공공택지 내 모든 주택으로 분양가 규제를 확대했다. 아울러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에 채권입찰제도 적용하는 등 무더기 규제정책을 쏟아냈다. 당시 GDP(1인당 명목) 성장률은 4.5%였으나 서울 집값은 무려 18.87%나 폭등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진흥실장은 “부동산은 정부의 정책개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정부가 시장가격과 수요·공급을 통제하려는 수준으로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오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 발표할 계획이다.

◇누를수록 경제지표보다 집값 더 올라=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정부 규제가 많았던 2008년까지는 GDP 상승률보다 집값이 더 급격하게 올랐다. 반대로 정부가 부동산 대출과 공급규제를 완화했던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주택가격은 경제지표보다 낮게 오르거나 오히려 내리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2002년과 2006년, 그리고 지난해의 서울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우선 2002년 집값 상승의 경우 공급부족과 정부 기조 변화가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는 게 주택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건설경기가 폭락해 3~4년 동안 아파트 신규공급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부동산 활성화를 추진하던 김대중 정부가 집권 하반기 들어 시장을 관리하는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2002년에 GDP는 10.4% 성장했음에도 서울 집값은 그 두 배인 22.48%나 뛰어올랐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2월 취임 이후 이 같은 집값 상승에 대응해 종합부동산세·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등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2004년에는 서울 집값이 떨어지는 등 가격이 통제되는 듯했지만 2006년에 이르러 GDP는 4.5% 성장했지만 서울 집값은 18.87% 급등하는 등 집값 파동이 일었다. 2006년은 대출 및 재건축 규제, 분양가 통제 등 3종 세트가 시행된 때다. 이런 현상은 이번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에도 나타났다. 8·2대책과 9·13대책 등 시장 억제 정책이 펼쳐진 후 지난해 서울 집값은 10.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은 2.7%였다.

이와 반대로 정부가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편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은 GDP 성장률 이상으로 서울 집값이 뛴 해는 없었다. 김 실장은 “부동산 가격은 기본적으로는 경제 상황에 맞게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며 “정책으로 가격을 누르지 않았을 때는 집값이 거시경제의 변화 수준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움직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규제하면 전세가도 불안=부동산 규제는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분양가격을 규제할 경우 전세시장은 불안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분양가 자율화 시기였던 2003년에서 2007년까지 서울 전세가는 1.4%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분양가를 규제했던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전셋값 상승률이 3.8%에 달했다. 2015년 이후 분양가를 다시 자율화하자 올 7월까지 전세가 상승률은 1.9%로 다시 낮아졌다. 이는 분양가 규제가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2015년에서 2018년까지 분양가 자율화 시기에 분양승인 건수는 이전 분양 규제 시기보다 36~70% 늘었다.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부동산 억제책이 지속된다면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내 경기가 하락기에 접어든 만큼 주택시장 과열을 전제로 민간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이에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오히려 분양가 규제를 풀고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실장은 “공급이 줄면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을 자극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정비사업 일몰 연장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 기여율에 따라 용적률이나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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