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23일부터 3박 4일 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20일 마이니치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태국 방문에 이어 23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뒤 24일 피폭지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나가사키에서는 과거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지역(폭심지)의 공원을 찾아 핵무기에 관한 메시지를 발표하고 나가사키 현의 야구장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저녁에는 히로시마시의 평화기념공원에서 원폭 희생자 위령비(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를 찾는다.
평화기념공원 내 별도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마련된 가운데 교황이 공원을 방문하며 이곳에도 들를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확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가 강제동원됐다 원폭에 희생된 한국인들의 사연이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가 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 외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도 별도로 방문하거나 현지에서 한국인 희생자에 대한 위령 발언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은 그동안 해외 주요 인사들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을 때마다 논란이 반복됐던 주제다. 지난 2016년 현직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에만 헌화하고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는 헌화하지 않았다. 당시 그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연설하면서 2만여 명에 이르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수천 명’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교황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1981년 바오로 2세(1978∼2005)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일본의 가톨릭 신자 규모는 1억 2,700만명 중 0.35%(약 44만명)에 불과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아베 총리가 2014년 직접 바티칸을 방문해 요청하는 등 교황의 방일 성사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교황도 예수회 소속 젊은 사제 시절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적이 있었을 정도로 일본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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