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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건축문화대상-우수상] 동네가게 녹슨, 지역주민 온기 담은 '만남의 장소'로

1,549장 동판 수작업으로 구워 마감

루프탑에선 구도심 풍광 감상 가능

울산 중구 ‘동네가게 녹슨’은 1,549장의 동판을 수작업으로 구워 외벽을 마감했다.






동네가게 녹슨(NOXON)은 아트숍이자 베이커리 카페로 활용되는, 말 그대로 동네가게다. 이 가게가 자리한 동네는 구도심이다. 경제개발 시기에는 상업적으로 번창했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구청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곳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면서 지역 세입자들과 건물주가 갈등을 겪고 가게들이 생기고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

정웅식 건축사는 “설계를 맡아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면서 차츰 깨닫게 된 것은 단순히 과거의 시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미래의 시간을 담아 방문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다”며 “나아가 이 동네의 작은 건축물 하나가 노후화된 지역의 모습을 바꾸고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의 살아 있는 의미가 되었으면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녹슨은 3층으로 높지 않은 건물이지만 수직의 인상을 풍기는 건축물이다. 작은 대지에 지은 건축물이라 각 층이 모두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해 위로 올린 형태다. 1층은 열린 아트샵과 베이커리 공간을 겸하고 있으며 2·3층은 매장으로 구성했다. 루프 탑에서는 구도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각 층을 잇는 계단 등 동선은 가운데의 주공간과 외벽 사이에 두어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이동 통로와 가운데 주공간은 따로 분리되지 않고 곳곳에서 연결되고 분리된다. 좁은 대지에서 건축물 내부의 공간을 보다 여유 있게 사용하기 위한 설계다.



1층에는 건축물과 외벽 사이에 지명인 ‘옥골샘’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공간적 특징은 소리를 통해서도 반영했다. 옥골샘 우물을 뜻하는 물소리가 모든 층의 사이 공간과 내부공간에서 증폭돼 들리도록 했다. 또 1층 공간 한쪽 바닥에는 수공간을 조성하고 콘크리트벽 틈에서 들어오는 빛이 반사되도록 했다.

동네가게 녹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외벽이다. 1,549장의 동판을 한장 한장 사람의 손으로 두들기고 불로 구워서 만들어 외벽에 입혔다. 수작업인 만큼 같은 모양의 동판이 한 장도 없다. 이는 곧 시간이 지날수록 동판 한장 한장이 제각기 다르게 산화해 건축물의 외형도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다. 동판은 가공할 수 있도록 적정한 크기를 결정한 다음 종이를 구기듯이 구겨서 부착했다. 햇빛에 반사되는 빛의 각도가 서로 다르므로 건축물의 느낌도 아침이나 저녁, 맑은 날과 흐린 날 등 매 순간 달라지는 셈이다.

심사위원들도 외벽의 소재에 대한 건축가의 수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상길 심사위원은 “입면의 녹이 슨 동판의 물성이 바로 건축가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낸 건축작업의 결과로 건축가가 현장 중심의 작업을 하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동판을 가공하기 전 단계의 원판을 구해서 여러 실험을 통해 가장 원하는 물성을 찾아내고, 외장 구성 패턴과 고정방식을 선택하여 작업한 과정은 그 자체로 건축가의 작업을 도면에 한정하지 않고 현장으로 끌어낸 큰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정 건축사는 “노후화된 동네에 들어서게 되는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작은 동네가게가 지역을 재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가족들과 이 지역의 시간을 온전히 담아내 많은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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