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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와대 인근 주민에 일상을 허하라

손구민 사회부 기자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최근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청와대 앞 집회를 하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관계자들이 학교를 찾아가 “민원을 또 넣기만 해보라”고 윽박지른 데 따른 것이다. 맹학교 학부모들은 연일 계속되는 청와대 앞 시위로 아이들의 학습권이 크게 침해받고 있다면서 관계기관에 민원과 진정을 수차례 냈었다. 학부모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까지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경찰은 서울맹학교의 민원에 따른 후속조치로 25일 청와대 앞 야간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범투본 같은 보수단체의 야간집회가 시작된 지 약 두 달 만에 내놓은 입장이다. 강제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맹학교 학생들의 수업권과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지만 보수단체는 경찰의 제한통고를 무시하고 그대로 야간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무용지물이다.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들과 맹학교 학생들의 불편을 알고도 경찰이 그동안 미지근하게 대응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권력을 집행해야 할 사안에 ‘정치’라는 단어가 들어갈 때마다 알레르기인 마냥 피하려는 속성 때문일 것이다. 이번 야간집회 제한통고를 한 것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민주노총 톨게이트 노조도 범투본과 함께 청와대 앞 집회를 하고 있어 진보·보수진영 한쪽으로부터만 비난을 받는 상황이 아니라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청와대 앞 도로와 인도를 점거하고 천막을 설치하는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처지도 이해된다. 일상생활이 훼손되고 권리가 침해받는 시민들과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도 정부와 경찰의 역할이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종로경찰서장은 27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의 이동권과 수업권 보장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다고 한다. 경찰이 이번만큼은 ‘정치’라는 단어 뒤에 숨지 않고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되돌려줘야 한다./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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