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과 죽음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 향해가는 여정이자 종착역이다. 그러나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죽음이 아닌 젊음에 가까워지기를 노력하고 있고, 의학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죽지 않는 세대’가 탄생했다. 그러나 인류에게 죽음은 늘 공기와 함께 따라다니는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죽음이 두려워 대성당을 세우고 아이를 낳은 것이다. 종교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며 죽음의 의례는 종교적 신앙과도 밀접하다. 아무튼 밀어낸다고 해도 밀어내지지 않고 늘 우리와 함께 하는 게 죽음이라는 말이다.
신간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20대 여성 장의사의 생생한 ‘화장터 르포르타주’다. 어린 시절 우연히 쇼핑몰에서 추락사한 아이를 본 이후 죽음에 대한 병적 집착이 시작돼 장의사까지 된 저자는 죽음의 언저리에서 겪은 경험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결국 ‘생명과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책은 저자의 화장장 첫 출근부터 시작된다. 전날 죽은 시신부터 부패한 시신까지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시체박스를 확인하고, 화장로에서 빠져나온 재를 들이마시고, 인간의 지방이 녹아내린 기름을 뒤집어쓰기도 하며, 시체를 둘러싼 온갖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또 시체 운구부터 씻김, 화장, 분쇄에 이르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과정을 묘사한다.
유머러스한 태도를 잃지 않는 저자의 태도는 오히려 죽음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의 역설이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온갖 기이한 시신들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비극적이고 처참할 수 있는 죽음을 희극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애도와 함께 죽음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 냈을 고인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다. 또 시신을 정성껏 닦고 입히고 단장시키면서 그들이 한때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았던 인간이었음을 말하는 애도의 방식인 것이다.
한편 저자는 시신에 메이크업을 하고 고가의 관을 권하는 등 상업주의로 물든 장의업계의 이면을 낱낱이 보여주며 장례식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장의업이 대중을 속여 가로채고 있었던 것은 돈보다는 ‘죽음’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죽음과의 실제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대면할 기회를 우리는 박탈당하는 것이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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