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겪은 위기 중 가장 심각한 것임에 틀림없다.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발생 초기 중국에서 시작된 불씨를 잡지 못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유럽 각국과 미국으로 급속히 확산해 방역 체계가 붕괴할 조짐까지 보이면서 우리 의료진의 뛰어난 능력과 헌신적 태도에 새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 경과를 지켜본 필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정책당국에 하고자 한다. 우선 방역대책과 경제대책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두 대책이 상충할 때는 방역대책이 우선한다는 원칙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흔치 않게 겪는 것으로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긴급사태대책(contingency plan)’을 우선 세우고 대책반 내에 ‘일부러 반대의견을 내는 팀(devil’s advocate team)’을 만들어 운영할 것을 건의한다. 새로운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전 과정의 데이터와 각국과 국제기구의 대응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팀을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운영해야 한다. 이 팀에는 방역과 경제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해야 한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대책 수립의 기술·정치적 어려움을 감안해 각계 대표로 구성되는 국무총리 직속의 ‘코로나19 대책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건의한다.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현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는 난마같이 얽혀 있는 경제정책 쟁점들에 대해 여야 정치권, 더 나아가 진보와 보수세력 간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 경제대책인 재난지원금 관련 논란은 코앞에 다가온 총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으로는 경제철학의 차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 보수세력은 경제운용에 있어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고 이는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경제정책 실무자들도 공유하는 경제철학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반면 진보세력은 정부 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스적 시각, 더 나아가 사회주의적 경제관을 갖고 있기에 경제정책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면 사사건건 진보와 보수가 충돌하는 것이다.
1929년 대공항은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비상시에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보다는 케인스적 시각에서 재정 및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보수세력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급 기준은 재산보다는 소득이 돼야 하고 일단 모든 가구에 현금을 은행계좌로 지급하되 일정 수준 이상 소득 가구에는 국세청이 소득세 정산과정에서 다시 환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심각한 난조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외적 요인보다는 높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의 무리한 추진, 경제성을 무시한 탈원전 정책 등 현 정부의 이념지향적 경제정책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경제대책 수립과정은 이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작업이 이뤄지는 기회가 돼야 한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으로 성공한 사례는 일찍이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지금의 위기를 계기로 잘못된 경제정책 방향을 바로잡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평생 좌파 노동운동을 하다 집권한 브라질의 룰라 정권도 집권 후에는 우파 경제정책을 추진해 성공했고 중국·베트남 등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 역시 경제정책은 친기업·친시장 노선을 취해 경제도약의 기반을 닦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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