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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항공산업 얼마나 심각하길래...버핏도 전량 '손절매'

버크셔 1분기 60조손실...델타 등 항공주 전부 매도

버핏 "항공산업 미래 '매우' 불확실"...8조어치 팔아

델타 5분기만 첫 분기 적자..."2분기 매출 90% 감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EPA연합뉴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89)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60조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2일(현지시간) 연례 주주총회에서 1·4분기에 497억달러(약 60조6,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식 평가손 탓에 석 달간 무려 60조원을 잃은 것이다. 특히 버핏은 항공산업이 당분간 예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항공주를 전량 손절매했다.

버핏은 화상으로 진행된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의 잠재적 충격이 매우 광범위하다고 평가했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으로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주총이 화상으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핏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매년 수많은 인파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주총장에 물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루는 풍경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버핏은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며 현금을 대거 늘렸다. 이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는 1·4분기 말 1,37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100억 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버핏은 뉴욕증시가 4월에 강하게 반등했지만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았다면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없다”고 밝혔다.

버핏은 또한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주를 전량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산업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3~4년 이후에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며 미국 4대 항공주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4월 한 달에만 65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이중 대부분이 항공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은 다만 미국 경제에 대해선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은 항상 승리해왔다”며 강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투자하라는 얘기다. 버핏은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미국을 멈출 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은 항상 승리해왔고, 또다시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이것(미국의 극복)을 확신했으며, 쿠바 미사일 위기, (2001년) 9·11 테러 때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를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이 언제 태어날지, 또 어디서 태어날지를 선택한다면 1720년, 1820년, 1920년을 선택할 것이냐”고 반문하며 “여러분은 오늘, 미국을 택할 것이다. 미국이 건국된 이후 사람들은 여기 오기를 희망해왔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버핏의 주총 발언을 놓고 시장은 항공주 매도에 주목했다. 지난달 델타항공을 일부 팔아치운 버핏의 행보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는데 결국 항공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확고한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달 1일과 2일에 걸쳐 델타항공 주식 1300만주 가량을 3억1420만달러에 매각했다. 같은기간 사우스웨스트항공 주식도 7430만달러어치 팔았다. 이 거래로 버크셔의 양 항공사 지분율은 10% 미만으로 하락했고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가 항공주 전량을 매도한 만큼 버핏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확고해졌으며 이번 행보가 시장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미 외신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항공 산업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고꾸라진 상황이다. 델타항공이 올 1·4분기 5억3,4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으며 5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1·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8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2·4분기 매출은 90% 줄어들 것이라고 델타 측은 전망했다. 에드 배스천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모두 회복 속도를 예측하고 싶지만 그것은 고객이 신체적, 재정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껴 여행을 다시 시작할 때 결정될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경제적 영향 등을 종합하면 지속 가능한 회복세까진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도 올 1·4분기 10억달러의 세전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 항공업계의 1·4분기 영업적자는 최소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산업의 위기는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티하드항공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미-UAE 경제공동위원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에 처한 항공산업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올해 안에 85%가 파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공 여객·화물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하려면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비행기 표 판매액이 3,140억 달러 가량이 줄어 지난해의 4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항공 관련 업계 종사자 2,500만명이 실직할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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