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시는 ‘무법지대’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동네죠.”
지난달 28일 서울경제와 만난 이은의 변호사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산시는 이 드라마의 배경인 가상의 도시로,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곳에 살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혼 전 이태오(박해준 분)가 집에서 아내 지선우(김희애 분)의 목을 조르고 지선우를 내던지는 장면을 대표적인 범죄 장면으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현실에서 그런 식으로 폭행하면 얼굴뼈가 주저앉는 ‘안와골절’이 올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심각한 폭행”이라며 “경찰에 입건된다면 상해 또는 특수상해에 해당하고, 의도에 따라서는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오는 이 사건으로 폭행죄가 인정돼 2년간 접근금지 명령에 처해 고산시를 떠났다.
지선우를 협박·스토킹하고 여자친구인 민현서(심은우 분)에게 데이트폭력을 가하는 박인규(이학주 분)의 행동도 무거운 범죄라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박인규는 폭행, 특수폭행, 공갈, 협박, 주거침입 등으로 처벌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폭력적인 범죄자”라고 평가했다. 지난 1일 방영된 11회를 통해 박인규는 고산역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태오에게 배신당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지선우도 죄가 없는 인물은 아니다. 이 변호사는 “지선우는 중학생인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을 자동차 조수석에 태우고 과속을 하는 등 난폭운전을 한다”며 “이때 이준영이 두려움을 느꼈다면 아동학대 또는 아동복지법 위반이며 이준영의 물건을 창밖으로 던지기까지 했으니 손괴죄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지선우-이태오가 소송전 벌였다면…“이태오가 져야 할 짐 크지 않았을 것”=그렇다면 부부 간 폭행은 이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극중에서 지선우와 이태오는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등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정하는 합의이혼을 했다. 이와 달리 통상적인 이혼 소송의 경우 한쪽의 폭행이 인정되더라도 위자료와 재산분할에는 이러한 사정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위자료는 3,000만원 나오면 많이 나온 것”이라며 “한쪽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더라도 부과되는 위자료는 대부분 1억원 이하”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재산분할에 대해서도 “극중에서 이혼 소송을 했다면 폭행 사실이 인정됐어도 이태오가 스스로 (재산을) 양보하지 않는 한 지선우는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위자료든 재산분할이든 ‘자유심증주의’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주의다. 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폭행을 포함한 여러 정황이 다르게 해석되거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나 이제 아빠 아들 아냐”…이태오에게서 돌아선 이준영=드라마 속에서는 이혼 후 지선우가 아들 이준영을 키운다. 이태오가 지선우를 폭행하는 모습을 본 이준영이 이태오에게서 마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일반적으로는 두 사람 중 사회·경제적 능력 등 아이를 더 잘 돌볼 여건이 되는 사람에게 양육권이 주어진다”며 “자녀가 미취학 아동일 경우 엄마의 손이 필요하다고 봐서 대체로 모친에게 양육권을 인정해주지만 초등학생만 돼도 양육자의 조건을 더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태오도 엔터테인먼트사의 대표로 의사인 지선우 못지않게 금전적 지원을 해줄 능력이 있다. 하지만 지선우와 이태오의 이혼은 법원의 판단이 불필요한 합의이혼이었고, 이준영은 당시 이태오에게 반감을 가졌기 때문에 순순히 지선우에게 간 것이다.
◇이혼했지만 전 사람 못 잊는 이들도 법원 찾아=내연녀였던 여다경(한소희 분)과 결혼한 이태오는 계속 지선우에 대해 알 수 없는 감정을 가진다. 박인규에게 지선우를 협박하라고 지시하고는 박인규가 지선우의 몸에 상처를 내자 역정을 내고, 지선우에게 눈앞에서 사라져달라고 하면서도 지선우와 데이트하는 동료 의사 김윤기(이무생 분)에게 질투를 느낀다. 이 변호사는 “가정법원에는 전처를 잊지 못하고 전처와 바람이 나 두 번째 이혼을 하러 온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전처를 죽도록 미워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 미움이 아니라 집착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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