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하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장르물의 영화이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서 너무 욕심났어요.”
송지효가 영화 ‘침입자’를 통해 낯선 얼굴로 돌아왔다. 그간 예능에서 보여줬던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아닌,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늘하고 의뭉스러운 얼굴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송지효는 ‘침입자’를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송지효는 25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온 유진 역을 맡았다. 수수하고 소심해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금세 가족들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지만 어딘지 모르게 점점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상함을 일으키는 유진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수비형이 아닌 공격형이 된 내가 좋았죠. 캐릭터를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이가 들고 이렇게 능동적인 캐릭터를 맡은 건 처음이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난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든 게 고마웠죠. 이런 연기를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을 쌓은 것 같았어요.”
캐릭터 분석과 연기를 함에 있어 의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었지만, 본인 연기에 대해 아쉬움은 숨기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역인 김무열의 연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단다. 송지효는 “유진 캐릭터를 조금만 더 넓게, 생각을 크게 표현했으면 좋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김무열의 연기에 극찬하기도 했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봤어요. 서진(김무열)의 첫 등장부터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으로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더라고요. 무게감이나 디테일을 살리는 김무열의 연기가 인상 깊었어요. 개인적으로 제 영화를 볼 때 저의 아쉬운 부분을 평가하게 되는데, 김무열이 극의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보는 내내 긴장이 됐고, 감동을 받아서 저도 모르게 그 큰 자리(언론시사회)에서 이야기를 해버렸죠. 영화를 보는 동안 김무열에게 ‘엄지척’을 들어 올릴 뻔 했어요. 거리두기 때문에 양쪽 끝에 앉아서 못하긴 했지만요.”
송지효는 이번 영화를 통해 깨달은 바도 많았다. 실종됐던 동생이 25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가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살면서 잃어버린 물건들은 있었지만 잃어버린 존재는 없었어요. 이번 영화가 그런 소재를 다루다 보니까 잃어버린 것에 대한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 알게 됐죠. 딸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보니 가슴이 옥죄어 오더라고요. 물건을 잃어버린 거랑은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다시 생각하고 생각했어요.”
2001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송지효는 2003년 영화 ‘여고괴담3’를 통해 배우로 발돋움했다. 데뷔한지 어느새 19년, 1981년생으로 우리 나이 40세다. 10대보다 20대가, 20대보다 30대가 훨씬 좋고 재미있었다는 40대인 지금의 생활에 너무나도 만족한단다. 결혼엔 신경을 쓸 겨를도 없다.
“보통 제 나이 때는 가정을 꾸리고 생활하잖아요. 지금에 너무 만족하고 재미있어요. 제 삶의 패턴을 깨줄 만큼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으면 저의 이 행복한 삶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요. 지금 가족들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소소하게 밤에 맥주 한 잔 먹고 이야기하고,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살 생각을 하면 지금의 삶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엄마는 제가 술 마시고 들어가면 다음날 해장국을 끓여주면서 ‘내가 이 나이 돼서 마흔 다 된 딸내미 해장국을 끓여야 하냐’고 하시지만요.”
나이가 드는 게 고맙다고도 한 그이지만 40대가 되니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몸이 확실히 나이든 걸 체감하죠. 어제 허리가 너무 아팠는데 오늘 비가 오더라고요.(웃음) 옛날 어르신들 말씀에 ‘마음만은 청춘이야’라는 말이 너무 공감이 돼요. 나이가 드는 게 너무 좋은 게, 사실 저는 정말 재미있거든요. 생활은 달라진 건 없는데 몸만 조금 늙었어요. 시간이 정말 빨리 가고,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고 소중해요.”
세련되고 차가운 외모를 가졌지만 대중의 뇌리에 박힌 송지효의 이미지는 옆집 언니 같은 털털한 모습이다. 10년간 송지효가 함께 했던 SBS 예능 ‘런닝맨’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런닝맨’을 통해 소비되는 이미지 탓에 배우로서의 입지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송지효는 ‘런닝맨’에서의 자신의 모습이 가장 편하다고 했다.
“작품에서든 예능에서든 제가 보여드리는 모습은 사실 다 저예요. 그 가운데서 저에게 가장 편하고 익숙한 건 역시 ‘런닝맨’이죠. ‘런닝맨’으로 제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도 맞고, 송지효 하면 ‘런닝맨’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죠. ‘런닝맨’ 전 작품들을 했을 때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줄 기회 없었어요. ‘여고괴담3’, ‘썸’ 등 어두운 작품들만 섭외가 들어왔죠. 그런 작품들을 하다가 ‘런닝맨’을 하면서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소모적이라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도 있어요. 좋은 점이 훨씬 많아서 나쁜 게 기억이 안날 정도로 너무 만족해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최선을 다 해서 보여드리려고 해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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