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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외교의 딜레마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미중 갈등은 적대적 공존의 결과

국제사회에 자기 편에 서라 압박

韓, 안보·경제의존 줄여나가면서

양국 전략 참여, 확대균형 모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간담회와 세미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필자도 최근 두달 사이에 10여차례 크고 작은 모임에 참여해 발표하고 토론한 적이 있는데 당분간 이 주제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을 것 같다. 논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쟁점과 아이디어는 정책 테이블에 올라왔고 남은 문제는 복합방정식을 푸는 정책 방향과 선택에 달려 있다. 기다린다고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미중 전략경쟁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더 고조시켰고 이 국면이 지나간다고 해도 평화와 협력의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대중국 접근전략보고서’ 등을 쏟아내며 중국 때리기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민주당조차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지지자들의 중국위협론에 편승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고 있고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공산당 지배체제에 대한 혐오 등 감정외교(sensibility in diplomacy)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반발도 거세다. 관변 언론을 동원해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미국 정치체제를 문제 삼고 있으며 미국이 패권의 여유를 잃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싸우되 판을 깰’ 능력과 의지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공성전(攻城戰)에 최대한 농성전으로 버티고 있다. 현실적으로 종합국력의 격차를 단기적으로 좁히기 어렵고 ‘비일관적인 것이 유일하게 일관적’인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격하면 대응하겠지만 먼저 공격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고 맷집을 키우는 지구전을 선택하고 있다.



회복 탄력성(resilience)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준비해온 중국형 뉴딜을 확대 시행 중이다. 5세대(5G)·빅데이터·인공지능(AI)·산업인터넷·특고압·철도네트워크와 신에너지 자동차 등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혁신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비록 지난 5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총력을 기울여 플러스 성장을 달성해 서방의 마이너스 성장과 대비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시진핑 체제의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서구 세계를 다시 중국시장으로 불러들인다는 구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결별에 대비해 중국의 길을 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정치 체제가 취약해지는 ‘성공의 역설’을 방지하기 위해 ‘정체성의 정치’를 강화하고 있고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홍콩의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키는 등 오랫동안 미뤄둔 골치 아픈 숙제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내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는 역사적 분수령이다.

사실 미중 간 전략경쟁은 적대적 공존관계의 결과이다.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고 오히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충돌하면서 국제사회의 자산을 깎아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중국을 함께 때리면서 가치의 동맹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도 자국이 주도하는 다자질서와 지역 전략에 대해 성의를 다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 외교가 처한 선택의 어려움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에 편승해 모든 문제를 처리할 수 없고 미중 전략경쟁을 중재할 역량과 외교자산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이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했던 공약과 정책을 지키면 쟁점은 크게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안보의존과 경제의존을 각각 줄여나가고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모두 참여하는 확대균형을 동시에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과 같은 수세적 외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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