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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민간 역동성·공공 제도개선, 사회문제 풀 열쇠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美·유럽보다 코로나 성공적 대응

민관 협치 의료체계 구축이 밑바탕

교육·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도

정부 역할 재정립·법령 정비 필요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세계 최강국 미국과 영국 등 유럽 선진국의 부실한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준 반면 한국 시스템의 우월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 19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총확진자는 215만명이며 이 중 12만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 첫 번째 10대 사망자로 기록된 19세 한국계 청년은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희생됐다. 전 국민 의료보험 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약 4,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국가의료체계(NHS)를 자랑하는 영국도 총확진자 30만명에 사망자가 4만2,000명에 이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신이 한때 환자가 돼 사경을 헤매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 역시 초기에 중국 입국을 봉쇄하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끈질기고 헌신적인 노력 덕택에 환자 1만2,000명, 사망자 280명으로 선방하고 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공 의료보험인 ‘오바마 케어’를 도입하면서 한국의 건강보험 체계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이번에 그 진가를 만방에 보여주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확진자는 물론 의료진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모두 무료로 진단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이 저렴하게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고 의료서비스 제공은 민간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민관협치 의료체계가 구축돼 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민간부문의 역동성과 공공부문의 제도 개선 노력 덕이다.

사실 우리 의료서비스는 물론 사회복지서비스와 교육서비스 분야에서는 공공부문을 대신해 민간부문이 직접 서비스를 전달해왔다. 이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공지출 부담을 가급적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반면 유럽 복지선진국들은 의료는 물론 사회복지와 교육 서비스 분야의 상당 부분을 공공이 직접 담당함으로써 정부 재정의 급격한 팽창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1980년대 이후 ‘복지국가의 위기’를 불러왔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보건의료 분야 성공사례의 교훈을 교육과 사회복지 분야로 확대함은 물론 이를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역할을 우리나라가 앞장설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정부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만들어 운영한 것과 같이 다른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도 민간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정부가 조성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교육서비스의 경우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해 사교육 시장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주입식 교육방식으로 창의적인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이 공공부문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다.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는 1990년대 이후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 종류가 지나치게 많고 전달체계 역시 상호 연계성이 부족해 국민이 느끼는 복지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예를 들어 현재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복지사업의 수가 290가지에 달하고 수혜자를 결정하는 기준도 1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결과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지대’ 문제와 ‘중복 또는 탈법 지원’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사 복지제도를 통폐합함과 동시에 사회보장심의회의 심사기능을 강화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할 때 제도 남발에 따른 폐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 사회복지 관련 단체 간 효율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령의 정비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사회서비스 분야가 민간의 창의력과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에 힘입어 대내적으로 고용창출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성장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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