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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살아있다' 유아인 "가방끈 짧은 것 조차 내 장점 될 수 있도록"

유아인 /사진=UAA 제공




영화 ‘완득이’, ‘베테랑’, ‘사도’, ‘버닝’, ‘국가 부도의 날’ 등 수많은 히트작을 통해 명성과 부를 얻었으나 유아인은 아직도 도전에 목말라 있는 듯 열정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새 영화 ‘#살아있다’는 그런 의미에서 안성맞춤이었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던 그는 좀비물을 만나 오랜만에 날고 뛰고 숨 찰 만큼 흥분했다. 이 작품을 두고 그는 “새 생명을 주는 듯 했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살아있다’에서의 모습보다 훨씬 홀쭉해진 모습으로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유아인은 이틀 연속 이어진 인터뷰 일정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할 만 하다’며 호탕한 웃음부터 지었다.

영화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아인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준우 역을 맡았다. 그간 세고, 강렬한 역할을 맡아온 유아인은 지극히 평범한 청년 준우라는 옷을 입고 자유분방함을 드러냈다. 반삭으로 민 머리에 탈색한 노란머리까지. 인물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편의점 음식을 먹어가면 몸을 불리기도 했다. 그는 “너무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남자주인공의 외적인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르물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를 좋아했던 유아인은 지금까지 장르물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통해 편견이 사라졌고, 향후 작품 선택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고도 했다.

“장르물을 피해가는 성질이 있었어요. 현실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작품에 대한 끌림이 있었고, 사뭇 진지한 그런 작품들이 좀 더 저를 끌어당겼죠. ‘#살아있다’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이런 작품들의 의미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살아있다’는 도전의식도 자극하면서 이 장르에 잡아먹히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장르물과는 다르게 배우에게, 인물에게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저는 이때까지 다양한 인물, 작품, 배역을 만났는데 되려 장르에 있어서는 한정적이었죠. 공포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왜 안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번 영화는 새로운 생명을 주는 듯 했어요.”

유아인 /사진=UAA 제공


유아인은 극 초반 30분간 오직 혼자 나타나 세밀한 감정연기를 펼친다. 중반 이후 상대역 박신혜를 만나 호흡을 맞추지만,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부담감을 떨쳐내려 했다.

“이정도로 초반에 혼자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많이 부담스러웠고, 책임감도 느껴졌죠. 그래도 그런 부담과 책임을 느끼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이기도 해요. 확실히 캐릭터적인 변화에 있어서도 작품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임하는 배우로서의 자세, 태도가 어디까지 나의 역할을 갈무리 할 건지 적극적으로 반영된 현장이었죠. 현장에서 새로운 역할들을 찾아가면서 다양한 부분의 영향을 주고자 했던 것들이, 노련하게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실험적인 부분에는 비교적 성공적이었어요. 제가 언제까지 명감독에게 기대갈 수 있는 배우도 아닐 것이고, 개인적으로 갇혀있을 수도 없고. 나를 어떻게 운영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던 도전이었죠. 새로운 재미와 가능성을 열 수 있었어요.”

영화를 통해 만난 조일형 감독은 짜인 틀 안에서 만들어가기 보다 배우와 소통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작업을 해나갔다. 준우의 감정 곡선을 그래프로 만들어서 유아인에게 제시할 정도로 섬세하고 준비가 많았다. 유아인은 감정 곡선 그래프를 보면서 본인이 감정의 높낮이를 직접 설정했고, 욕심을 낼만한 장면은 더욱 과감히 표현해냈다.



“가족들의 마지막 생사를 전화로 확인하는 순간의 감정은 당연한 감정이잖아요. 오히려 그 전 장면인 술 마시고 춤을 추고, 가족들의 환상을 보는 장면을 감정의 곡선 중 가장 높게 잡았어요. 제 생각이 반영됐죠. 환상과 알 수 없는 갑갑한 감정 같은 것들이 뒤섞인 순간이 아주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요. 준우의 상태를 그려낼 수 있는 정확한 장면이기도 했고요. 은유적으로는 이 시대의 갑갑함 같은 것들을 표현해 낼 수 있었죠. 그런 부분에서 욕심을 냈어요.”

영화에서 감정의 진폭은 넓지만, 전작들보다 분명 캐릭터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생존을 위해 계획적으로 작전을 수립하기보다는 지금 당장의 배고픔, 본능에 충실하는 현실적인 모습이다. 그는 “‘생활연기’에 대한 집념 같은 게 내 안에 있다”고 말했다.

“사실 ‘베테랑’, ‘사도’ 연기보다 ‘완득이’, ‘밀회’의 연기를 개인적으로 더 좋아해요. 괴로운 상황에 놓여있지 않고 평범한 친구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거든요. 그래서 ‘#살아있다’는 작심을 하고 시작했어요. 저조차 저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는 식으로요. 너무 힘들고 진지한 작품들로 나아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환기를 해주는 게 관객들과의 호흡에 있어서도 한 번 풀어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생활연기는 카메라 앞에서 가져갈 수 있는 극한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런 것 조차 탈피하고 싶은, 연기하지 않는 연기의 패턴조차 벗어나고 싶었어요. 모든 것들은 연기이기 때문에 눈속임이라 할 수 있죠. 평생의 연구과제예요. 제 나름의 접근과 해석, 가방끈이 길지 않은 것 조차도 내 장점이 될 수 있도록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유아인 /사진=UAA 제공


유아인은 배우로서 연기 활동 외에도 문화 분야에서 전방위적 활약을 펼치고 있다. 창작 집단 콘크리트 스튜디오를 운영해온 그는 예술 활동의 공공성,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다양한 작업을 펼쳐왔다. 매 행보마다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유아인의 새로운 창작 활동은 ‘영상’이었다.

“최근엔 ‘뮤지션이 꿈이다’라고 장난삼아 이야기 하고 다닐 정도로 주변에 음악하는 친구들과 작업을 해볼까 생각했어요.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콘텐츠 하나를 두고 다양하게 풀어가는 그런 작품들을 해왔지만, 좀 더 영상에 집중하는 작업을 해보려고 생각이 들어요. 유튜브 채널은 1년 전부터 기획했어요. ‘유아인이 바라보는 시선을 찍어보라’는 한 친구의 제안이 있었죠. 관종짓은 다른 데서도 많이 할 수 있으니까, 제 얼굴을 찍는 것 보다는 제가 바라보는 시선을 찍는 게 더 자유롭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제가 감사히 여기는건 많은 분들이 유아인을 보고싶어 하지만, 유아인이 뭘 보고싶어 하는 지도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나다움’을 잃지 않으며, 독보적인 아이콘이 된 유아인.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이 궁금했다. 어렵겠지만 ‘자화자찬’을 해달라고 주문을 해봤다.

“다양한 도전을 즐길만한 성격이기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는 선택들을 비교적 과감히 할 수 있었죠. 다양한 곳에 나를 던져놓고 그곳에 녹아들 수 있는. 어디서든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하나하나 배우가 완성도를 추구하는 건 상당한 교만일 수 있는데. 거슬리지 않는, 꿇리지 않는 연기를 해내고 싶어요. 매 순간 잘 대응하는 유연함이 있는 편이라, 그런 것들을 제 자신이 잘 키워갔으면 좋겠어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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