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과 공모해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내려했다는 ‘검언유착’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17일 구속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지난 15일 강요미수 혐의로 이 전 기자에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이러한 혐의는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여 수사를 방해했고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실체적 진실 발견은 물론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 발부 배경을 설명했다.
이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 기자가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협박을 공모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 기자는 지난 2월14일부터 3월 10일 사이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 “(검찰이)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며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이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심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기자는 지난 3월 31일 MBC의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PC를 초기화했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이후 수사 지휘권 논란 등으로 수사가 지연된 사이 이 기자가 추가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법원이 이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초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한 검사장은 이 기자와 공모한 사실이 없으며, ‘검언유착’ 의혹 폭로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들은 특정 세력의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한 검사장은 수사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기자의 신병 확보에 성공한 수사팀이 추가 조사를 거쳐 한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장심사와 별개로 이번 수사의 타당성 등을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24일 예정돼 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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