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중국을 제재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 기조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U의 제재안에는 중국이 진압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의 국가보안법 시행에 비춰 범죄인 인도협정을 재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WSJ는 EU 정부들이 홍콩 주민들의 입국비자와 망명기회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는 올해 말 추가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 같은 제재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EU 중국대사관은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에 어떤 방식으로든 간섭하는 것을 멈추라”며 “중국은 EU의 잘못된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하며 EU 측에 심각하게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주민들은 ‘일국양제’가 잘 작동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대부분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EU는 지난해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했으며 이후 중국 투자에 대한 심사를 늘렸다. 특히 투자협정 없이는 새로운 경제협정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중국 정부에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EU와 미국이 최근 중국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대서양 채널을 신설한 것은 중국에 대한 EU의 태도가 미국 측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신대서양 채널은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지난달 제안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즉각 수용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EU가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확고하게 인식한다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EU의 태도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투적 입장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 우려하지만 대체로는 회원국이 개별 정책을 취하면서 미국과 EU가 중국에 대해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신대서양 채널이 중국 문제를 놓고 EU와 미국 간 협력이 가능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을 비난하고 EU 제품에 관세까지 부과한 상황에서 유럽이 중국 문제를 놓고 항상 미국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이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대한 EU의 태도가 변한 것에는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비난할 때 유럽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난 4월 EU가 중국발 가짜뉴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중국이 수위를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면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결국 EU는 지난달 처음으로 중국을 명시해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EU에는 대화를 강조하고 경제적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덜 대립적인 길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지만 4월 이후 강경노선을 채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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