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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라이프
'K방역' 다음 타자 키워라...바이오산업 인프라 확충 시급

[창간기획]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하자-<중>규제개혁 통한 성장동력 확보

규제에 유전체분석 1년반 허송세월

언택트 떠올랐지만 원격의료 부진

"새시장 창출할 제도 뒷받침 절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올해 상반기 한국의 보건산업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6.7% 증가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소독제 등 ‘K방역’ 대표 상품이 선전한 덕이다. 특히 국내 진단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발 빠른 대응으로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해 국내에서는 적극적인 확진자 탐색에 기여하고 수출까지 대폭 늘렸다.

‘K방역’의 화려한 찬사를 딛고 정부는 ‘K바이오’ 부흥을 외치고 있지만 지금 같은 규제 장벽과 척박한 인프라로는 ‘K방역’의 다음 타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 추진 공동위원장을 맡은 송시영 연대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강한 원천기술과 특허에 기반한 제품이 아니면 거대 다국적 기업의 시장과 자본에 다시 갇힐 것”이라며 “기초연구부터 시작해 임상, 투자, 기업과 융합에 이르는 단계별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단키트의 성공도 기술보다는 생산에 기댄 측면이 크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며 독일 퀴아젠 등 다국적 기업들이 진단키트와 새로운 분석기기를 내놓기 시작했고 각국에서도 다양한 진단 장비가 잇따라 출시돼 점차 무한 경쟁체제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기술에 기초한 ‘K바이오’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지만 국내 시장은 규제와 기득권에 가려 앞날이 불투명한 여건이다.

업계는 우선 ‘옥상옥’ 구조의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가 직접 유전체 기업에 의뢰(DTC)해 암 등의 발병 확률을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는 지난해 2월 마크로젠과 4월 테라젠바이오 등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며 사업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시범사업 개시가 불투명한데다 마크로젠은 13개 항목 중 당뇨 1개, 테라젠바이오는 24개 항목 중 비만 등 6개만 겨우 추후 시범사업 승인을 받았다. 실제 시행하더라도 ‘차’와 ‘포’를 모두 뗀 신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 유예를 내건 샌드박스 제도의 허상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의료기술평가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기존에 없는 새 의료 행위나 기술이 나왔을 때 인증(보험 급여 또는 비급여)과 비인증(연구단계)으로 평가한다. 비인증으로 결정되면 건강보험코드가 아예 부여되지 않는다. 비급여라면 환자가 모든 비용을 내더라도 활용될 길이 열리지만 비인증이 되는 순간 사실상 의사들의 눈 밖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체외 진단키트나 차세대 항암제 등이 NECA의 비인증 무덤에 내몰렸다. 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등 검증에 더해 NECA가 한 번 더 판단하는 ‘이중 규제’라고 호소한다.



원격의료는 기득권에 발목이 잡힌 경우다. 정부는 코로나19를 맞아 한시적으로 전화 처방·상담을 허용했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단체와 의료 영리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약사들까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며 다음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원격의료 관련 기기와 서비스 개발에 나선 기업들은 국내에서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다 일본(라인헬스케어)이나 미국(네오펙트), 이탈리아(인성정보) 등으로 발을 돌렸다.

국내에서 실력을 갈고닦을 기회를 뺏기다 보니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지난 5월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기 ‘메모워치’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첫 원격의료기 요양급여 인정을 받은 휴이노의 길영준 대표는 “2015년 개발을 끝낸 뒤 해외에서 사업을 벌였지만 ‘모국(한국)에서도 사용 실적이 없다’는 인식에 해외에서도 퇴짜를 받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2004년 LG전자가 혈당체크 기능이 있는 당뇨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의료기기’로 분류돼 각종 규제가 쏟아지자 사업을 포기한 ‘흑역사’는 지금도 계속되는 셈이다.

그러는 새 각국은 적극적으로 원격의료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원격의료를 추진해 지난해 기준 전체 진료의 10%를 원격이 맡을 정도로 시장을 키웠고 미국과 일본·러시아·인도네시아·호주 등 각국이 전략 산업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첨단기술을 통한 진료 기회도 얻지 못할뿐더러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계기도 잃는 셈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새로운 경제사회 구조로 재편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원격의료 등 혁신 환경에 반하는 규제를 제거하고 기업의 조속한 대응을 유인하는 촉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우영탁·이주원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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