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비서실장과 산하 수석비서관 5명의 전격 사의 표명을 두고 주말 내 고심을 거듭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10일 열리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전후로 문 대통령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 ‘다주택 논란’을 엄중히 지켜본 만큼 후임자 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다수를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 없이 비서실 인사 처리 문제를 두고 숙고를 거듭했다. 앞서 노 실장과 함께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10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을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참모들의 사의를 대부분 수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다만 후임자 인선을 위해 인사검증 절차가 끝나는 자리부터 순차적으로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 지난 2005년 김우식 비서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사례도 회자됐다. 당시 김 실장은 6명의 참모와 함께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시민사회수석도 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찬용 전 인사수석과 박정규 전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하고 나머지는 반려하는 선에서 사태를 매듭지었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참모들의 사의를 일괄 수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개각 또는 청와대 개편을 위해 민정·인사 라인과 인사추천위원장인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이다. 연말까지 노 실장 유임설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의 인사 파동 때와 달리 이번에는 ‘다주택 논란’에 참모 대부분이 연계돼 있다. 노 실장의 다주택 처분 지시가 화를 자초했다는 여권 내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조원 민정수석은 ‘강남 2채’ 논란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 투기 목적이라 할 수는 없으나 김외숙 수석과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역시 여전히 다주택 상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분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임기 20개월을 남기고 사실상 세 번째로 청와대를 전면 개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교체할 경우 후임 비서실장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거론되며 민정수석으로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의 이름이 언급된다. 아울러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정무수석 또는 국민소통수석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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