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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김소연 대표 "8,300㎞ 출퇴근하듯 오가며...韓獨 기업들 교류 도와주죠"

슈뢰더 전 獨 총리 부인 김소연 독일 NRW연방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대표

4년전 국제회의서 슈뢰더 前총리 만나

26세 나이차 극복 2018년 결혼 화제

통역사로 활동했던 경험 업무에 도움

디지털혁신 등 韓 앞선 분야도 많지만

아직 글로벌스탠더드 만들기엔 역부족

獨기업 인재육성 시스템 등 배울 필요

6월 세운 韓獨 소부장 협력센터 입주사

미래 먹거리 찾을수 있게 지원도 할 것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 독일 NRW연방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 대표가 최근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과 독일의 기업과 연구소·대학이 파트너십을 맺고 히든챔피언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부인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김소연(50·사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 대표. 독일어 전문 통역사 출신인 그는 지난 2011년부터 NRW주를 대표해 한독 기업 간 교류 촉진에 나서왔다. 2016년 국제경영자회의에서 슈뢰더 전 총리를 처음 만나 2018년 26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재혼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실상 커리어우먼으로서 경력을 탄탄하게 쌓아온 것이다.

그의 남편은 1990년 전격적인 독일 통일 이후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3년 ‘노사정 대타협’을 끌어내며 경제 부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들 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마스크를 쓰는 것을 꺼리던 독일에서 3월 말 마스크를 먼저 쓰며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은 마스크 쓰는 게 당연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그렇지 않았잖아요. 지금도 꺼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니까요.”

슈뢰더 전 총리 “독일은 과거사 반성, 미래로 나아가”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최근 서울 서초동 코리아비즈니스센터를 찾았더니 사무실에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역을 했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는 한·독·영 경제용어사전과 축구용어사전, 한·독 관용어·사자용어사전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우리 대통령들의 독일 방문이나 현지에서 요인이 방한했을 때 통역을 많이 했지요. 특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가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그는 “남편이 결혼 전인 2017년에 자서전(문명국가로의 귀환) 출간차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을 때도 통역을 했는데 이후에도 몇 차례 방한했다”며 “어떤 때는 예약 없이 식당에서 줄을 선 뒤 김치찌개나 수제비를 맛있게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당시 문 대통령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얘기를 하며) 독일은 과거사를 진정으로 반성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소재로) 한국인의 민주주의 쟁취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피력했다. “남편은 ‘한국인이 정과 인간미가 있고 에너지가 넘치고 세련된 모습’이라고 해요. 신혼여행 때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불국사 등을 찾았는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였다’며 아쉬워하죠.”



통역사 활동이 韓獨 경제교류 주선 도움



NRW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 대표로서의 역할을 묻자 “한독 간 기업 진출이나 투자·연구개발(R&D) 교류를 촉진하고 정보와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며 “통역사로 일하며 다양한 전문 분야를 익히고 기업 현장도 방문했던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와의 결혼 이후 달라진 점으로는 “8,300㎞ 떨어진 하노버와 서울을 일정 기간 출퇴근하듯 오가며 근무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지도에서 독일의 북서쪽에 위치한 NRW주를 가리키며 통독 전 서독의 수도(본)를 둘러싼 곳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제조업의 중심이죠. 인구 1,800만명으로 연방주 중 가장 많고 독일 50대 대기업 중 19곳의 본사가 있어요. 아헨특구는 독일 최고 R&D 역량을 가진 곳으로 아헨공대를 포함해 우수한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죠. 독일에서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오는 게 다 이유가 있어요. 한국의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도 공동 R&D를 하는 곳이 여럿 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이후 올 6월 현지에 ‘한독 소재·부품·장비 기술협력센터’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김 대표는 “이 센터에 최장 2년간 입주하는 10개의 한국 중견·중소기업이 현지인력을 찾고 대학·연구소·기업과 공동 R&D를 하고 파트너십을 맺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獨, R&D 강화와 노사 소통이 ‘히든챔피언’ 비결



제조업 수출 강국인 독일을 뒷받침하는 R&D 시스템도 설명했다. “아헨특구는 기업의 응용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프라운호퍼연구소 중 생산기술연구소·레이저기술연구소 등이 있어 제조업 R&D 파워가 강합니다. 독일 최대 연구소인 율리히연구소, 헬름홀츠재단의 독일우주항공연구센터(DLR), 기초·원천 연구로 노벨상을 다수 받은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이 모여 있죠.” 독일에서는 정권과 상관없이 R&D가 지속성을 갖는 것에 비해 한국은 5년 단임 정부라 그런지 장기 R&D 프로젝트를 하기에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했다.

“제가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에서 혁신기술로 세계를 리드하는 ‘히든챔피언’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인데 노사공동결정 제도와 같은 독특한 경영 스타일, 뚜렷한 기업 가치와 문화, 지역과의 깊은 연계성을 볼 수 있어요.” 그는 이어 “한국은 톱다운 방식으로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압축성장해왔는데 아직 글로벌스탠더드(표준)를 만들고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독일을 미래 기술협력 파트너로 삼아 더 많은 히든챔피언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역사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중국은 체제 차이도 있고 빨리 치고 올라오거나 오히려 앞선 것도 많아 미래 혁신을 위한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독일에서는 한국을 ‘아시아의 프로이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독일제국을 만든) 프로이센처럼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라며 “분단의 역사라는 동병상련이 있고 경제논리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협력이 용이하다”고 했다. 1997년 말 시작된 IMF 위기 때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외국인 1호 투자를 했고 앞서 1960~1970년대 한국이 간호사와 광부를 파견하며 독일에서 차관을 받은 역사도 거론했다.



韓, 원조받다가 이제는 獨보다 앞서 분야도 적잖아



“양국이 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폭스바겐 전기차의 5개 배터리 협력사 중 LG화학 등 한국이 3개나 들어갔어요. 과거 독일에서 원조를 받다가 자동차 부품이나 모듈을 공급하며 독일의 파트너가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죠. 요즘은 코로나 K방역도 그렇고 전자정부를 비롯한 디지털 측면에서도 독일보다 앞선 분야가 적지 않습니다.”

양국의 비즈니스 문화 차이에 대한 느낌도 털어놓았다. “한국은 나이, 직위, 브랜드, 회사 규모를 따지고 실리보다 체면을 중시해요. 반면 융통성이 있고 매우 신속한 업무 추진으로 디지털 시대 빠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큰 장점을 발휘하죠. 독일은 모든 사안을 철저히 토론을 거쳐 결정하느라 느리기는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해 움직이고 경험을 중시합니다. 속도보다는 정확도를, 체면보다는 실리를 추구하지요.”

교육 시스템과 기술 문화도 비교했다. “한국은 기술직보다 사무직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데 독일은 기술직과 사무직의 선호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학교 이론교육과 기업 현장실습을 병행해 기업에 맞는 인재를 키우죠. 대학도 현장 인턴십이 필수라 문제해결능력을 쌓을 수 있죠. 기업은 자기 인턴 출신 경력자를 신입 직원으로 뽑는 경우도 많아요.” 독일은 우수 인재가 중소·중견기업도 선호하는데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거의 없고 승진 기회가 크며 고향에서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라고 강조했다. 독일 교육이 토론과 소통에 역점을 둬 기업에서도 노사 간 의견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면서 한국 교육도 주입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獨 기업, 불황에도 해고보다 단축조업 등으로 위기 넘겨



김 대표는 “독일 기업은 인재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직원의 경력을 중시해 불황이 와도 당장 해고하기보다는 단축조업 등으로 위기를 넘긴다”며 “최고경영자(CEO)가 일자리를 중시하고 종업원평의회 제도 등으로 직원 의사를 반영하는 소통문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노사관계는 슈뢰더 전 총리 시절 폭스바겐 노무이사였던 페터 하르츠를 위원장으로 하는 노사정위원회에서 회사는 고용보장을 하도록 하되 해고·파견 규정을 완화해주고 노조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합의함으로써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며 실업난을 해소하려 한 것과 관련이 있다. “사회민주당 출신의 슈뢰더 총리(1998~2005년)는 당시 50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를 줄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젠다 2010’ 개혁정책을 펼쳤으나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큰 저항에 부딪쳤죠. 그 결과 기독민주당의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에게 정권을 내줬지만 오늘날 강력한 독일 경제를 가능하게 한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김 대표는 “남편이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은 생각보다 자기 기술을 가진 기업이 적고 대기업에 대한 종속성이 강한 것 같은데 이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하더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자기만의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도록 글로벌 파트너십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개 목줄만 200여종을 개발하고 연필만 무려 260년 동안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해온 현지 히든챔피언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She is..

△1970년 전남 고흥 △1992년 전남대 독어교육과 학사 △1994~1995년 독일 마르부르크대 독일지역학 수학 △1997~1998년 KBS 보도국(독일뉴스 담당) △1998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석사 △1999~2007년 외대 강사 겸 BK특화사업단 상임연구원 △2003년 외대 박사과정 수료 △2007~2009년 스위스 SRAR(자동번역 IT 솔루션) 한국법인장 △2011년~ 독일 NRW연방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대표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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